한국일보

[시론] 거짓말

2024-09-06 (금) 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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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가수 김추자가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친 적이 있다. 가수는 절규한다.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이라고.

사람은 살아가면서 흰색이든 빨간색이든 평균 7분마다 거짓말을 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이런 통계라는 것도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통계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요즘은 여론조사가 유행병처럼 휩쓰는 시대다. 대한민국은 이런 불확실한 여론조사를 신봉한다.

물론 그 조사한 여론의 바탕에는 거짓말이 조미료처럼 뿌려져있다 해도 거짓말을 좋아하는 국민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의 허무맹랑함을 다 잘 알면서도 그저 재미로 보는 관상이나 사주풀이처럼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본다.


모든 인간관계 안에도 어떤 단체나 모임에도 거짓말은 따라다닌다. 부모 자식 간에도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크고 작은 거짓말이 당연하듯 스며있다. 마치 직접 본 사람처럼 전하지만 세밀하게 경로를 추적해보면 원래의 사실이나 진실에 비해 순도가 온전하지 않음을 쉽게 발견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정도쯤은 괜찮아. 아주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잖아” 10%의 진실에다가 90% 거짓을 칠해놓고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10%의 진실을 소유했던 사람의 처지는 당혹감을 넘어 죽고 싶을 수도 있다. 아니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수많은 목숨들이 한결같이 외쳤던 말은 무엇인가.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야!”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를 보면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삼인성호의 위력에 굴복한 민초들은 90%가 조작과 허위라고 자세히 설명하려해도 듣지를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을 가재·붕어·개구리 정도로 취급해도 할 말이 없다. 정작 질문하고 공격하는 인간들은 몇 %가 아니라 100% 거짓말로 호도하고, 가짜뉴스의 창이나 칼을 들고 고함을 지르며 찌르고 베는 데는 당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거짓말이 진실을 완패시킨다. 심지어는 사실인 역사조차도 왜곡하고 우긴다.
사람들은 순간순간 거짓말의 유혹을 받게 된다. 그저 한마디 거짓말이면 그 순간을 모면하거나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때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는 거짓말 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실에다가 약간의 덧칠을 하고픈 마음도 생긴다. 그리고 합리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적 가짜뉴스, 거짓말의 위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가 된다는데 심각함이 있다. 항상 뉴스는 참이고 진실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젠 믿을 수가 없다. 조중동이나 방송3사를 위시한 각종 언론 매체는 진실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들도 가짜뉴스를 제조하는 거짓말의 진원지가 되어 뻔뻔한 얼굴을 잘도 들고 다닌다.

그런 의미에서 획기적인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하는 검색위원회를 설치했으면 한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그 대상을 추적 엄벌하는 엄중한 국가적 기관을 만들어야한다. 그리고 그 기관에서 내려지는 형벌은 가중처벌이 더해져 국법의 지엄함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고 대상은 모든 언론기관과 국회의원, 개인 유튜브를 막론한 SNS까지 그 범위에 넣어야한다.

이에 대하여 싱가폴의 형벌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노태우정권에서 있었던 범죄와의 전쟁처럼 거짓말과의 전쟁을 추상같이 선포하면서 대대적인 국민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하여 공직자나 지도자급 인사들은 거짓말의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차라리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예컨대 종교지도자, 특히 목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말이 얼마나 중하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오늘날 만연한 목사의 추락을 보라. 언급하기조차 민망하다. 그러므로 목사는 고독한 게 좋다는 속설을 따라야 한다.

거짓말은 고약하게도 습관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커피를 마시듯 각성제를 복용하듯 한 두 마디의 거짓말이라도 매일 해야 속이 시원한 사람도 있다. 거짓말도 끊어야한다. 담배를 끊고 술을 끊듯 거짓말도 끊어야 할 악습 중에 하나다.

세계 수많은 나라와 민족 중에서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정직한 민족으로 꼽히는 나라가 있고 거짓말 잘하는 나라가 있음을 인정한다. 대한민국도 거짓말이 우세하다는 세간의 전통을 끊어내고 노래나 음식의 세계화처럼 K-Honest가 새로운 명물로 등장하는 날을 기대한다.

<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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