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잭과 잔치

2024-09-06 (금)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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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나의 손자에게 아이의 부모들이 ‘잭’이란 이름을 붙였을 때 너무 촌스러운 것 같아 마음에 썩 들지 않았는데,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이고, 영국계통에서는 “건강하다”, “강인하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그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미숙아로 어렵게 태어난 잭이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벌써 백일을 지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기쁨의 잔치를 했다. 잭은 제 누나보다 소리를 많이 지르고 옹알이를 쉴 새 없이 해대는 것이 노래를 잘할 것 같다.

백일은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기간이고 이 기간을 넘기면 아이는 대부분 잘 성장한다.

그때 까지 무사히 자란 것을 대견하게 여기며 잔치를 벌여 축하하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다.


할머니가 백일 상에 몇 종류의 떡과 과일 및 음식을 차리고 아기의 장수와 복을 비는 뜻으로 흰 실타래와 쌀을 놓았다. 잭은 잔치 상 위에 놓아둔 자리 위에 의젓하게 앉아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어서 가족들이 모두 웃으며 박수를 쳤다. 잔치 뒤에는 백일 떡을 친지,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옛날에는 지방에 따라서는 백일 떡을 많은 사람이 먹을수록 아기의 명이 길어지고 복을 받게 된다 하여 길 가는 사람들에게도 떡을 나누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현대에는 영아 사망률의 지속적인 감소가 일어났지만 이전에는 세계의 영아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았다. 영아사망률(Infant mortality rate)은 출생 후 1년 이내에 사망한 영아 수를 나타내며 국민보건 상태의 측정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19년 전 세계 평균 영아 사망률은 1세 미만 1000명당 28.2명이며, 지역별로는 아프리카가 47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유럽이 4명으로 가장 낮았다. 또 5세 이하 사망을 아동 사망이라 부르는데 3분의 2는 예방이 가능하다. 많은 국가에서 백신, 항생제, 미량 영양소 보충제, 모유 수유 관행, 탈수 되었을 때 마시는 링거액 섭취와 취약계층에 의료혜택 공급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누로 손 씻기와 같은 간단한 교육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호흡기 질환과 설사병과 관련된 아동 사망률을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한쪽에서 아동 사망 예방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자궁 안 태아의 선천적인 구조적 결함을 자궁 내에서 외과적으로 교정하고 남은 수태기간을 자궁 내에서 유지 후 분만하는 외과적 치료방법이 의료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로, 이분척추증은 태아의 발달 과정 중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기형이다. 척추 뼈가 불완전하게 닫혀 있어 척수가 바깥으로 노출되는데 척수가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애의 정도가 심해지며 양수가 신경손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의료진은 산모의 복부를 개복한 뒤 드러난 자궁에 3개의 구멍을 내 카메라와 외과수술용 장비를 삽입한 이후 4시간의 수술로 노출된 척수를 제자리에 놓고 바이오셀룰로오스 패치와 실리콘 패치를 꿰매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자궁에 있는 상태로 수술을 하면 태어난 후에 수술을 하는 것보다 합병증을 훨씬 많이 줄일 수 있다” 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런 자궁 내 태아 수술에 대해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사회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의학의 경계를 밀어냈다”고 평가했다. 어떤 상황이든 새 생명은 신비로운 것이며 모든 생명이 존중되어지기를 희망한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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