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의료 대참사를 우려한다

2024-08-13 (화) 조만철 남가주 한인정신과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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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내년 의사면허 국가시험 지원자가 10%가 되지 않고(5%는 작년에 불합격자) 후반기 전공의 90% 이상이 교육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엔 의과대학에 3,000명의 졸업생이 졸업을 못할 상황이고 3,000명의 전공의들이 의사로서 진료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의대생 증원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한 달 내로 의사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의료는 총체적 파탄이 일어날 것이고 피해는 모두 국민들의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분야 중의 하나가 의료 분야다 .세계 첨단의 수준이다. 요즘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한국에 가서 검사하고 치료 받고 오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젠 화상 진료로 진단 및 약처방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로봇 기술을 이용한 수술기법을 배우러 여러 다른 나라에서 의사들이 한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한국의 의료와 관련해 몇 가지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병원과 의사가 대부분 서울이나 큰 도시로 가게 된다. 그래서 지방에 의사수가 부족하다. 둘째,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특수분야 외과 등 필수과목 의사들이 부족하다. 셋째, ‘응급실 뺑뺑이’ 문제다. 환자를 싣고 다녀도 응급실이 대부분 만원일만큼 응급치료 시설이 부족하다. 이것들은 환자와 국민들과 정부와 의사들이 동의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지난 2월 한국 정부는 이 시급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의대 학생수를 내년부터 2,000명 증원하겠다는 급작스런 발표를 했다. 이후 의료계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6개월째 과반수 이상의 의사들, 그리고 대부분의 전공의 및 의과대학생들이 진료와 학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의료계 사태에 대해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의료계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정부도 웬만한 희생은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환자 대표와 국민들이 의사들의 손을 들어주어 정부가 정책을 바꾸게 하든지, 아니면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될 것이다.

환자와 국민들은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부분에 의사가 부족하고 이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해결책으로 즉각 의대생을 2,000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시급한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 의사 1명을 길러내는데 최소 10년은 걸린다. 의예과 2년, 의과대학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에 군의관 3년까지 합치면 13년이 지나야 의사 1명이 채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린다고 해서 당장 부족한 의사수가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증원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2,000명씩 늘어난 의대생들을 교육할 시설도, 선생도, 해부할 시신도, 교육시킬 큰 대학병원도 엄청 모자라 의료 교육은 엉망이 될 것이고 국민 세금만 낭비할 것이다.

<조만철 남가주 한인정신과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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