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리서 경찰 총격 사망 한인여성 어머니 본보 인터뷰
▶ 경찰 상황파악 노력없이 문 부수고 곧바로 총격
빅토리아 이(사진)
▶딸 쓰러지는 모습 바로 옆에서 생생히 목격 “충격”
▶“가족이 요청한 앰블런스 구급요원은 도착 안해”
뉴저지 포트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20대 한인여성 빅토리아 이(사진)씨가 피격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가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온 경찰의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광경을 이씨의 어머니가 바로 옆에서 생생히 목격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이씨의 어머니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28일 당시 포트리 피나클 아파트에서 벌어진 빅토리아 이(25)씨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비극적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이씨 어머니에 따르면 이씨는 조울증(bipolar disorder)을 겪고 있었고, 그날 밤 딸이 침대에서 구르고 잠깐 소리를 지르는 등 불안증세를 보이자 병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이씨의 오빠에게 911에 전화해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당일 오전 1시15분께 이씨의 오빠가 911에 전화해 엠블런스를 요청했다. 하지만 911 교환원은 정신건강 관련 신고절차에 따라 경찰도 엠블런스와 동행할 것이라고 이씨의 오빠에게 알렸다.
오빠를 통해 엠블런스 뿐만 아니라 경찰도 온다는 상황을 알게 된 이씨의 불안 증세는 그때부터 더욱 심해졌다. 순간 이씨는 평소 택배상자를 오픈할 때 사용하던 작은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들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딸의 불안증세가 커지자 이씨의 어머니는 최근 발생했던 경찰의 총격사건 등이 떠올라 아들에게 다시 911에 전화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라고 시켰다. 이에 오전 1시20분께 이씨의 오빠는 911에 연락해 여동생이 작은 크기의 주머니칼을 들고 있다며 경찰은 아파트에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래층으로 내려가 경찰에게 먼저 상황을 설명하라고 시키는 동시에 딸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씨 오빠가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자 이미 경찰들은이미 문 앞까지 진입해 있는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등장에 이씨가 평소 키우던 개가 짖기 시작했고, 이씨의 어머니는 문을 닫고 경찰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오빠는 문 밖에서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누가 집안에 있는지와 열쇠가 있는지만 물었다.
열쇠가 없다고 답하자 경찰은 오빠를 옆으로 밀치고 강제로 문을 걷어차 부수기 시작했다. 이때 추가 경찰 병력이 현장에 도착했고, 한 경찰이 오빠를 계단 쪽으로 데리고 갔다.
경찰이 문을 부수던 당시 이씨의 어머니는 딸이 주머니칼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을 목격하고, 안도했다. 이씨는 이후 칼이 아닌 현관문 근처에 있던 5갤런 크기의 생수병을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경찰이 이씨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총알은 이씨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근을 맞아 반대쪽으로 관통했다.
총을 맞은 이씨는 쓰러졌고 순간 바닥은 이씨의 피와 그녀가 들고 있던 생수병에서 흘러나온 물이 뒤섞였다.
총격 당시 이씨의 뒤에 어머니가 서 있었음에도 경찰은 상황을 파악하거나 이씨를 진정시키려는 대화 시도조차 전혀없이 총격을 가했고, 어머니는 순식간에 벌어진 딸의 피격 광경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총격 발생 추정 시간은 오전 1시30분께로, 결국 최초 911에 전화한지 불과 15분 만에 경찰 총격이 이뤄진 것이다.
이씨가 총에 맞아 쓰러지자 경찰은 이씨와 어머니를 분리시키고 지혈을 위한 수건을 요청하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다.
이때까지도 이씨 가족이 요청한 앰블런스 구급요원과 의료장비 등은 전혀 볼 수 없었고, 결국 경찰 여러 명이 들것도 없이 이씨를 들고 밖으로 옮겼다. 이씨는 인근 잉글우드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전 1시58분께 숨을 거뒀다.
포트리 경찰은 총격 이후 이씨 어머니와 오빠를 병원이 아닌 포트리 경찰서로 데려갔고, 어머니와 오빠는 이씨의 생사여부를 여러차례 거듭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수시간 뒤에야 경찰과 동행해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첫 911 신고 이후 약 15분 만에 경찰의 총격이 가해졌다. 더욱이 비폭력적이고 비무장 상태였음에도 대화를 통해 진정시키거나 테이저건 등 비살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민간인을 사살했다”며 “우리는 앰블런스를 요청했는데 경찰만 현장에 왔다. 출동한 경찰은 안전한 조치에 대해 가족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가족의 우려도 무시했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강제로 문을 부수고 곧바로 총을 쐈다”며 비통해했다.
이씨 가족을 대리하고 있는 조석진 변호사는 “5일 뉴저지주검찰청을 방문해 담당 수사관 등을 만났지만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거나 진상 파악 노력 등을 느낄 수 없었다”며 “총격 직전 이씨는 칼이 아닌 생수병을 들고 있었지만, 정작 생수병은 증거로 수거하지 않아 우리가 검찰에 가져다줄 정도였다. 아울러 이날 만난 주검찰 수사관은 현장 조사도 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이씨가 들었던 주머니칼과 이씨의 조울증 처방약만 증거로 회수하고, 다른 중요 증거는 집안에 남겨뒀다.
주검찰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달 28일에 첫 보도자료를 냈고, 이후 1주일이 지난 뒤에야 사망한 이씨의 신원과 총격을 가한 포트리경찰 토니 피켄스의 신원을 공개했다. 하지만 총격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현장에서 칼을 회수했다”고만 밝히는 등 경찰이 사건 진상을 은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조 변호사는 주장했다.
가족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지난 20년간 뉴저지 릿지우드에 살았고 대학 입학 전인 2017년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건강 문제로 대학을 자퇴한 이씨는 여행과 음악 연주, 애완견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상태를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은 이씨가 폭력적 성향은 전혀 없었던 밝고 사랑스러웠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저지한인회 등 한인 단체들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 사건에 대한 조속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대우 뉴저지한인회장은 “경찰 바디캠 등 사건의 정확한 진실이 조속히 공개돼야 한다. 아울러 주검찰이 경찰의 총격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적극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