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의 일이었다. 그날 교육감 보고 사항 중 하나는 교육감 부재 시 대처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교육감은 자신의 부재 시 비서실장을 교육감 역할 대행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부재란 휴가나 병가 등 단기간 자리를 비우는 상황을 의미한다. 교육감의 사퇴나 해고의 경우에는 이에 포함되지 않고, 이 경우에는 교육위원회가 정식으로 교육감 대행을 임명하게 될 것이다.
비서실장이 대행 역할을 맡는다는 보고에 대해 교육위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 구조상 현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부교육감 자리를 부활시키는 것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부교육감 자리를 없앤 사람이 교육감이고, 교육감이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업무 스타일이기 때문에 교육위원들은 일단 교육감의 의도대로 두기로 하고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교육감의 운전사 고용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내가 처음 교육위원 직을 맡았던 1995년 이후, 지금까지 함께 일해온 교육감들 중 운전사를 따로 두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지역 사회 행사에 참석할 때 본인의 차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교육감에 따라 학교 방문과 행사 참여 빈도가 다르다. 현 교육감의 경우 과거 교육감들에 비해 그러한 빈도가 더 많다. 이는 교육감 본인이 학교 현장과 지역 사회의 여러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교육감은 차를 운전하면서 가끔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기도 한다. 통화 대상 중에는 교육위원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운전 중 통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며, 다른 일로 주의가 산만해지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버지니아 주에서는 운전 중 전화기를 손에 드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물론 핸즈프리 상태로 통화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화기를 만지는 것은 차 시동을 걸기 전이나 주차 상태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운전 중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전화기에 손이 가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몇몇 교육위원들은 교육감이 학교 방문이나 다른 행사에 참여할 때 운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어떻겠냐고 건의했다. 사실 한국의 경우 모든 교육감이 전속 운전사를 두고 있다. 물론 한국의 교육감들은 선출직으로, 이곳 미국보다 좀 더 권위적일 수 있다. 또한 교육감이 관장하는 지역이 넓어 직접 운전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도 교통량이 많고 면적이 서울시보다 60% 더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중된 업무로 인해 저녁이나 주말도 거의 포기하면서 시간을 쪼개 쓰는 교육감이 좀 더 유용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로 학교나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미팅 준비 또는 다른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감이 운전을 잘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 중 다른 생각으로 인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사고나 교통 법규 위반을 예방할 수 있다.
나도 이러한 건의에 동의하여 그날 몇 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나와 평소에 중요 사안에 대해 종종 깊은 대화를 나누어 오던 한 여자 동료 교육위원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그 교육위원은 나에게 그날 교육감에게 건의한 내용에 대해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이 남자였더라도 같은 우려를 표명하고 같은 건의를 했겠느냐고 물었다. 듣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전혀 여성 비하 의도가 없었고 교육감의 성별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그러한 내용은 공개 회의 석상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우선 공적인 내용이기에 공적인 자리에서 논의해야 하며, 그날 교육감이 보고한 내용이 교육감 부재 시 대처 방안이었기에 교육감의 부재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당일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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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