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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CIA 정보 분석가, 한국 스파이 혐의로 기소

2024-07-23 (화) 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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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남부지방 검찰청 검사는 7월 16일 발표된 31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에서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외교협회(CFR) 한국학 선임연구원인 Sumi Terry박사를 수년간 한국 국정원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그녀는 지난 화요일 체포되어 보석금 50만달러를 납부하고 당일 풀려났다.

수미 테리(54세) 박사는 전 CIA 정보 분석가이자, 전 국가 정보장실(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동 아시아 담당 차관을 역임하며 수백 건의 정보 평가를 수행했으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일 해양국 국장으로 한국 정책을 총괄했던 최고위 관료로, 싱크탱크 커뮤니티에서 인정받는 북한, 한국, 일본에 대한 국제 정치 외교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2008년까지 CIA에서 한국 문제에 대한 수석 분석가로 일하면서 정보 커뮤니티의 가장 권위 있는 제품인 대통령 일일 보고서(President’s Daily Brief)를 작성했다.

2011년 정부 요직을 떠난 후 Wilson Center에서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로 근무했으며, 보수 성향의 CSIS 싱크탱크에서 아시아 및 한국 담당 빅터 차 수석부사장 팀에서 직책을 맡았으며, 올 3월 이래 현재 외교협회(CFR) 한국 연구 선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어 무급 행정 휴가를 받은 상태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녀가 ‘외국 대리인’ (foreign agent) 등록을 하지 않은 것과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위반 공모 혐의로 두 가지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그녀는 “한국의 정책 입장을 옹호하고,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disclosed nonpublic US government information)인 기밀 정보(confidential information)를 한국 국정원 정보원에게 공개했으며, 한국 정부 관료들이 미국 측 관계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적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률 자문 4명중 1명인 테리 변호사 리 월로스키(Lee Wolosky)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독립성과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작업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리 월로스키는 그녀가 혐의에 맞서 싸울 것임을 시사하며 테리 박사는 10년 넘게 보안 허가(security clearance)를 받지 않았으며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수년 동안 일관되어 왔다며 기소장에 포함된 혐의는 단지 그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테리의 기소장이 공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맨해튼 배심원단은 Bob Menendez 상원의원(D-N.J.)에게 이집트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테리 씨도 만약 재판 과정에서 유죄가 입증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밥은 그러한 혐의를 받은 최초의 현직 국회의원이었지만, 그가 기소된 지 몇 달 후 법무부는 두 번째 Henry Cuellar 의원(D-TX)을 불법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건 검찰이 공소장에서 테리의 활동을 지시한 국정원 담당 요원(handler) 등의 직급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이다. 10여년 간 테리를 관리한 담당 요원은 3명으로, 뉴욕에 있는 유엔 대표부의 공사와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대사관의 공사참사관 2명이라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번 테리 사건 기소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이 복잡한 관계로 빠져 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미동맹에 도전이 될 수 있으며 양국 간 외교 및 정보 작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전문가 경력은 물론 그녀의 조언과 대북 정책은 안보와 정보 공유에 대한 한미 간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테리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해 많은 정보와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긴밀한 협력이 한반도와 동북아 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녀는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전략적 파트너십이 절실하기 때문에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CIA를 넘어 대통령 직속 DNI 국가정보국장 애브릴 헤인스와 직접 이야기해 바기닝(타협)을 해야 한다. 그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 경험과 CIA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북핵 위협, 비핵화 노력, 남북한 대화 등 이 분야의 최고 위치에 있는 미국을 위해 일한 사람이고, 한국을 돕고 싶어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처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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