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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꿈

2024-07-18 (목)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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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정상이 우호를 돈독히 하고자 한 국가를 방문할 때에는 대부분 경제 사절단을 대동한다. 자기 나라 상품을 소개도 하고 그 나라 상품을 사기도 한다. 교류 확대가 친선의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당일치기이기에 경제교류 운운할 시간이 없었다. 그것이 아쉬웠는지 북한에서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상품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를 촬영한 기사를 보고 아! 이 정도인가, 하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동차, 첨단 전자제품 등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진열을 좀 설명해 본다.

첫 부츠는 과자 진열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의 편의점 과자 정도도 못되었다. 해바라기 과자, 박하사탕 과자, 강정 같은 과자 등 몇 개가 전부이었다. 다음은 체육복. 기가 막힌 것은 출품하는 체육복이라면 땀 흡수 방수 효과 같은 기능이 아니라 품질관리를 했다는 tag가 붙어 있었다. 다음은 치약, 비누, 세제이었다. 그리고 말린 김, 구운 김 운운하며 한화로 약 6천 원 정도 특가라고 붙어 있었다. 이것이 상품 전시회이라니…. 그나마 흥미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그림과 공예품이었던 것 같다


이 참혹한 전시회를 보고나서 남북통일을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이 전시회 행사를 하기까지 여러 국가 기관에서 심의, 승인했을 것이다. 아무리 일인 독재국가라고 해도 최소한 한두 기관에서 이런 행사는 안 되겠다든지, 품목을 바꾸어야겠다든지 했을 건만 아무런 제동도 없었다는 것이 참담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장마당 세대가 여러 정보를 통하여 세계의 흐름을 알게 되어 남북의 인식 차이가 한 50년으로 좁혀졌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70년, 80년으로 더 벌어진 것 같다.

그러다가 한국 사람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울화가 치밀었다. 그 놈의 유튜브 홍수로 북한 하면 몇 백만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고무풍선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그들의 열악한 생활, 그 풍선을 채우기 위하여 동원되는 슬픈 현상, 그리고 장마당 세대, 즉 MZ 세대들이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은 바 없어 정부에 반항적이고 또 그런대로 세계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어 김정은 정권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 이러한 유튜브 기사로 북한이란 나라는 세뇌되고 석고처럼 굳어져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강연회를 한다 하면 북한 규탄대회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남북한의 의식의 거리는 70년, 80년을 더 넘어선 것 같아 진정 남북통일로 가는 길은 더욱 더 요원해진 것 같다. 통일은 전쟁이나 내부 분쟁으로가 아니라 인식, 즉 가치의 공유로 이루어짐을 독일 통일에서 우리는 배우지 않았는가?

나의 상상의 날개는 또 펼쳐졌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어쩌니 할 필요도 없고 대통령 암살 같은 위험도 없어지고, 한국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운운 하며 100만 명 이상이 서명이다, 데모다 하는 난리를 없앨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AI 시대에 맞게 모든 정치를 로봇에게 맡기면 된다. 미국 대통령을 로봇에 맡기면 바이든 후보의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어지고 암살 운운할 필요도 없어지고 그 막대한 대선자금을 복지에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국도 대통령 탄핵 100만 서명이다, 데모다 하는 것도 없어질 것 같고 말이다.

옳거니! 특히 한국 정치판에 로봇을 들여와 맡기자.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도 300명 중 100명은 로봇으로 대체하자. 로봇에 좌파 우파 진보 보수의 맛을 좀 가미해서 말이다. 능률적일 것이다. 우리는 정치를 장기판 보는 기분으로 관전만 하며 즐기면 된다. 상상만 해도 신선해진다. 이때 와이프의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여보! 웬 낮잠을 그리 오래 자고 있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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