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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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깊은 ‘탈북민의 날’

2024-07-17 (수) 리정호 버지니아주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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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는 폭압적인 김씨 정권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탈출한 북한사람들을 위해 매년 7월14일을 ‘탈북민의 날’로 제정하고 기념하도록 하는 은정 깊은 조치를 취해주었다. 저를 비롯한 수만여 명의 탈북민들은 뜻 깊은 ‘탈북민의 날’을 기념하면서 따뜻한 품에 안아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1994~2002년 약 9년간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추위, 질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무리 죽음을 당했다. 북한에서는 그 시기를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저는 그 고난의 시기 북한의 방방곳곳을 다니며 무너진 북한의 경제 상황과 정권의 기능마비 상황을 직접 체험했다.

공장의 굴뚝에서 내뿜던 연기와 달리던 기차와 자동차들도 대부분 멈춰 섰다. 수도 평양에도 매일 20시간 이상 정전이 됐고 전국의 역전과 장마당, 길거리에는 기아에 허덕이며 유랑 걸식하는 사람들, 뼈만 앙상한 어린이들이 손을 내밀며 밥을 구걸하다 차디찬 땅바닥에 맥없이 쓰러졌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사했는지 사람의 시체를 관도 없이 짐승처럼 무더기로 생매장한다고 하여 경악했던 적도 있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허용하지 않은 김씨 정권의 폭정과 사회주의 제도의 운영실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때문에 그 시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목숨 걸고 중국 국경을 넘었고 수천명의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택했다. 그렇게 많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자 한국정부는 1997년 7월14일 그들의 법적지위와 정착지원의 근간이 되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 법이 나온 후 한국정부는 탈북민들에게 공짜로 집을 주고 임시로 살아 갈 수 있는 돈을 주었으며 노동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기초 수급비를 주었다.

또한 탈북민 아이들을 무료로 공부시키고 대학에 갈 나이의 학생들은 특례로 대학에 입학시키고 학비도 지원해주었다. 탈북민들은 지상낙원이라고 기만하던 북한 체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꿈만 같은 현실에 놀랐고 감격했다.

그로부터 27년 후인 2024년, 대한민국 정부는 7월14일을 ‘탈북민의 날’로 정하고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으며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비와 기념 공간도 조성한다고 한다. 사실 수많은 탈북민들은 험난한 탈북 과정에서 압록강과 두만강 물에 휩쓸려 죽었고 몽골의 차디찬 사막과 동남아의 정글에서 죽어 나갔다. 그들은 중국에서 북송되어 살인마들의 모진 고문과 구타로 죽어 나갔고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 나갔다.

이렇게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 귀중한 남편과 동생을 잃은 사람들이 수천명에 달한다. 그런데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릴 수 있게 대한민국 정부가 따뜻이 보살펴주니 그 감사한 마음, 탈북민들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리정호 버지니아주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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