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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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아카데미, 그 신세계

2024-07-16 (화) 유양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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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나이를 생각하면 선뜻 무엇을 시도해 볼 엄두가 안 날 때, 78세 때 사무엘 울만(1840~1924)이 쓴 「청춘」이라는 위의 시를 되새기곤 한다.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풍경과 그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곁들여 내가 좋아하는 시를 낭송해 보고 싶었다. 퇴직한 후 취미활동을 하고 싶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봄학기 시니어 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침, 내가 배우고 싶었던 PC Movie Maker, iMovie, Windows Computer 반이 있는 시니어 아카데미에 세 과목을 등록했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과정이었다.

뜻밖의 신세계였다. 250여 명이 모두 시니어들인데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기가 넘쳤다. 선택한 과목마다 모두 배운 것을 철저히 복습해야 다음 과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기를 열심히 익히느라고 바빴던 만큼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신명 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에 푹 젖어 봄날이 갔다. 직장생활과 가사 활동으로 인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젊은 시절에 비하면 은퇴 후에는 얼마나 좋은 여건인가. 배우는 과목마다 새로운 분야여서 마치 눈뜬장님이 비로소 시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 같았다. 클릭만 하면 뭐든지 원하는 것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유튜브에 대한 나의 시각이 이젠 달라졌다.


무비 메이커 반에서 3분 정도의 유튜브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과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배워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한 결과를 무상으로 누리는 혜택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무비 반에서는 지금까지 전화, 카톡, 사진찍기 정도만 사용해 왔던 아이폰으로 사진과 비디오와 음악을 결합해서 멋진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내 손안에 든 아이폰에 이렇게 멋진 세상이 있음을 터득하면서 취미생활의 영역이 확장되어 갔다.

수강생이 가장 많은 반은 컴퓨터 반이었다. 하드웨어의 구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반적인 기능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컴퓨터로 오랜 직장생활을 했지만, 최근에 이와 같이 구체적인 원리를 배운 것은 처음이었다. 강의가 비대면으로 저녁 시간에 있어서 부부가 집에서 함께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어떤 질문을 헤도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시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하도 진지해서 수강생들도 절로 열심히 배우게 되었다. 나의 경우, 과욕으로 한꺼번에 세 과목이나 배우느라고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몰두하지 못했다. 다시 제대로 확실하게 배우기 위해 가을 학기가 기다려진다.

“당신은 당신의 자신감만큼 젊고, 당신의 공포만큼 늙는다. 당신의 희망만큼 젊고, 당신의 절망만큼 늙는다”라고 한 사무엘 울만의 명언이 나를 다시 세우는 금언이 되었다.

정녕 남은 생은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는 푸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양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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