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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과 암살 미수의 정치적 효과

2024-07-16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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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역사상 가장 오래되면서 유명한 암살 사건의 주인공은 줄리우스 시저다. 기원전 44년 2월 15일 그가 내란 진압을 위해 일시적으로 장악했던 독재 권력을 영구화하겠다고 선언하자 로마 원로원 의원 중 상당수는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결과가 한 달 뒤인 3월 15일 벌어진 그의 암살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의 장례식에서 그의 부관 안토니는 시저의 로마 시민에 대한 사랑에 관해 열변을 토하면서 시민들을 선동했고 오히려 암살범들이 로마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 후 암살을 주도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는 시저가 후계자로 정한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전투에서 패한 후 사망하고 시저는 신격화되며 로마는 공화국에서 왕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미국 역사상 처음 대통령을 암살한 존 부스가 에이브러험 링컨을 살해한 명목상의 이유도 그가 독재자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분열을 막고 노예를 해방한 링컨의 삶을 정점에서 끝나게 함으로써 그를 미국을 수호한 순교자이자 조지 워싱턴에 이어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정치적 사건으로는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암살이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해병대 출신의 리 하비 오스왈드는 댈러스에서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행진 중이던 케네디에게 3발을 쏴 현장에서 즉사시켰다. 이 사건은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80%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정치적 암살은 물론이고 암살 미수도 거기서 살아남은 대통령의 위상을 높여주기도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한지 불과 두 달 뒤인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의 공격을 받고 거의 죽을 뻔 하다 살아났다. 총알이 불과 1인치만 옆으로 갔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는 총을 맞고도 “여보, 피하는 것을 깜빡 했어”라는 여유있는 농담으로 미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은 총으로 세워진 나라답게 총이 흔하고 그러다 보니 이를 이용한 대통령 암살 및 암살 기도도 어느 나라보다 많다. 미국 대통령 중 제일 먼저 암살 대상이 된 사람은 앤드루 잭슨이다. 1835년 1월 30일 영국 출신 실직 화가인 리처드 로렌스는 국회 의사당을 나오는 잭슨을 향해 총을 발사했으나 불발이었다. 두번째 총을 꺼내 다시 쐈지만 또 불발이었다. 이를 본 잭슨은 장군 출신답게 몽둥이로 그를 때려 제압했다.

의학 지식의 부족으로 억울하게 죽은 대통령도 있다.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는 1881년 7월 2일 찰스 귀토에게 총을 맞았으나 경상에 불과했다. 그런 것을 의사가 소독하지 않은 손가락으로 상처를 마구 만지는 바람에 병균에 감염돼 두달만에 사망했다.

20년 뒤인 1901년 9월 6일 총상을 입은 윌리엄 맥킨리도 비슷한 케이스다. 취임한지 5개월만에 무정부주의자 리온 촐고스가 쏜 총에 맞은 그는 중상이 아니었음에도 이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 사망했다.

장문의 연설문 덕에 목숨을 구한 경우도 있다. 시오도어 루즈벨트는 두번의 임기를 마친 후 1912년 3선에 도전했는데 이 해 10월 14일 존 슈랭크의 총격을 받았다. 가슴에 총알을 맞았지만 두번 접은 50페이지짜리 연설문이 이를 막아 치명상을 피했다. 루즈벨트는 총을 맞고도 장장 한시간 반 동안 연설을 한 후 “이 정도로 숫 사슴(Bull Moose)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숫 사슴’은 그가 만든 정당의 별명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밖에도 암살 위협에 직면했던 미국 대통령은 수없이 많다. 윌리엄 태프트, 허버트 후버,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먼,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아들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이 그들이다. 그러고 보면 20세기 대통령 중 암살당할뻔 하지 않은 대통령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지난 주말 한 때 대통령이었고 다시 대통령에 출마한 루저 도널드가 총에 맞았으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1인치만 총알이 옆으로 갔으면 저 세상 사람이 될뻔 했던 것은 레이건 때와 같다. 이번 암살 미수 사건은 그 때처럼 그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추종자들은 신이 그를 구했다 생각할 것이고 일부 중도층마저 그에게 동정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에 가까운 토론으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바이든이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은 도널드를 이길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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