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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유토피아 정책

2024-07-15 (월)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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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최측근 보좌관들은 권위주의 “혁명”을 준비 중이며 이를 실행에 옮길 2만 명의 충성스런 “전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자신은 이같은 프로젝트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거짓말에 속아선 안된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은 장장 3년에 걸쳐 “프로젝트 2025”로 명명된 정권교체 작업을 준비해왔다. 이같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은 공화당전국위원회(RNC)가 최근 공개한 16쪽 짜리 당 강령보다 훨씬 포괄적인 900쪽 분량의 “정책 바이블”을 작성했다. 총 30개 챕터로 구성된 헤리티지 문건은 차기 공화당 대통령이 제 1차 수정헌법에 명기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동성애 권리를 철폐하며, 종교(기독교)와 정치의 접촉면을 늘리고, 기후 및 환경 보호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생식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어떻게 축소 할 것인지에 관한 상세한 게임 플랜을 제공한다. 또한 정책 총서에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상당부분 제거하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안도 담겨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정부 인력 이탈과 미흡한 훈련 탓에 트럼프의 집권 1기 아젠다를 시행하는데 제약을 받았다는 판단에 따라 프로젝트 2025는 백악관 재탈환 이후 그들의 정책을 집행할 수천 명의 충성스런 전사들을 양성하는데 주력한다. 프로젝트 2025 디렉터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인사관리처 수석보좌관이었던 폴 댄스는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보수주의자들을 모아, 검증하고 훈련시켜 공화당 대통령이 취임한 첫 날부터 ‘행정국가’ 해체작업에 나서게끔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프로젝트 2025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금요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며, 배후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말도 안된다.

댄스 외에도 과거 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수 백명의 전직 고위관리들과 보좌관들이 프로젝트 2025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자 현 공화당전국위원회 정책국장인 러셀 보트, 전 백악관 이민당담 수석보좌관 스티븐 밀러 등이 섞여 있다. 또한 트럼프의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존 매켄티는 최근 보수진영의 파드캐스트를 통해 “프로젝트 2025의 여러 작업이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의 ‘슈퍼 PAC’(슈퍼 정치활동위원회)도 프로젝트 2025를 부각시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그의 선거 캠프가 헤리티지의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는 무얼까? 부분적 이유는 헤리티지 파운데이션 사장인 케빈 로버츠의 지난주 발언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로버츠는 트럼프의 참모인 스티븐 K. 배넌의 파드캐스트 ‘워 룸’(War Room)에 출연해 “우리는 미국의 두 번째 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며 “좌파가 협력한다면 피를 흘리지 않는 무혈혁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유혈사태를 시사하는 소름돋는 위협은 트럼프의 거리두기를 유발한 부분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프로젝트 2025의 반유토피아적인 강령에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들 들어보자. 프로젝트 2025의 정책 아이디어 중에는 “포르노물을 불법화 해야 하며 이를 제작하고 배포한 자들을 실형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음란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동성애 펭귄 커플과 사춘기의 성장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음란물로 지정되면서 이른바 ‘도서관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점을 감안하면 포르노 불법화는 대통령이 추진하기에는 위험한 범죄 캠페인처럼 보인다. 또한 안식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엿볼 수 있듯 프로젝트 2025는 정부에 유대-기독교 가치를 불어넣을 것을 제안한다.


의료보험과 관련해 프로젝트 2025가 입안한 강령은 메디케이드 예산을 삭감하고 “LGBTQ+ 평등권”을 장려하는 보건부서의 프로그램을 폐기하며 연방식품의약국(FDA)에 낙태약 판매승인 번복을 지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구와 재생에너지 투자에 필요한 연방기금을 삭감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전력망 확대를 차단할 것을 건의한다.

인기없는 이민 관련 정책안 가운데는 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한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강제추방을 막고 취업을 허가하는 DACA 프로그램 폐기안도 포함되어 있다. 합법이민에 제한을 가하자는 내용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농업부문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자발급 프로그램을 아예 해체하자는 것이다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헤리티지 파운데이션이 작성한 정책총서는 비당파적인 경령직 공무원과 (“딥 스테이트”의 중심세력으로 간주되는) 전문가들을 대통령이 어떻게 숙정하고 대체해야 할지 설명해주는 교본이다. 프로젝트 2025에 담긴 정책안들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인 2020년에 실시하려다 임기만료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프로젝트 2025에 담긴 포괄적인 강령은 연방수사국(FBI)과 연방무역위원회(FCC)와 같은 독립적인 기관을 대통령이 장악하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력을 손에 쥘 경우 트럼프는 국가권력을 이용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적에게 벌을 주고 가까운 친구에게 상을 줄 수 있게 된다

아마도 프로젝트 2025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세부내용을 모른다는 뜻일지 모른다. 맞는 얘기일 수 있다; 그는 정책안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다.

그러나 백악관의 주인이었을 당시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측근들에게 일임했 듯이 재집권한다해도 트럼프는 그때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프로젝트 2025의 문건에 담긴 악의적 내용을 몰랐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1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작성한 정책 교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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