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세상

2024-07-15 (월) 이근혁 메릴랜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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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이 하는 선한 행동, 배려에 감동을 받곤 한다. 그리고 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우리보다 더 뛰어난 노력으로 감동을 줄 때도 나의 미약함과 미안함으로 눈물을 흘린다. 남이 하는 감동에 쉽게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나는 남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없다.

가황 조용필씨가 치유할 수 없는 병이 걸린 소녀의 소원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소리를 듣고 모든 스케줄을 펑크 내고 그 소녀에게 가서 노래를 불러줬다는 감동스러운 뉴스를 보고 눈물을 훔치던 생각이 나고, 어느 장님 연예인이 눈을 기증해주겠다는 사람을 만나 보니 그 사람은 남은 게 눈뿐이 없다면서 자신의 더 많은 축복 받은 몸 상태에 감사하면서 거절했다는 뉴스 또한 눈물이 끝없이 나오게 하는 감동이다.

선한 마음으로 감동을 주는 행동은 여러 가지다. 시장에서 기름을 짜는 주인이 중국산 싼 참깨를 국산과 섞어서 팔아도 맛도 구분이 안 되고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유혹에 시달릴 때 문 앞에 걸어둔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을 몇 번을 보다보면 욕심이 사라지고 맑아지는 마음으로 기름을 짜며 양심을 지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그들의 그런 마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며 아름답게 끌어 가는 것이다. 시장 국밥집 할머니가 평생을 불쌍한 사람에게 공짜로 주든지 덤으로 그득히 담아주는 배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허투루 하는 인심과 다르다. 배우지 못 하고 가진 게 없어도 생활 속의 터득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엊그제는 어느 TV프로를 보면서 가수 이은하의 이야기를 듣고 열성팬이 되기로 했다. 아버지 빚 갚아주고 그의 극성으로 시집을 못 갔어도 열심히 노래 부르며 앵벌이처럼 아버지한테 갖다 바치느라 허리병까지 걸리고 주사 맞아가며 생긴 병으로 만신창이가 됐는데 원망 하나도 없이 부양하며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너무 착해 바보같이 보였지만 천사였다.

가볍게 봤던 사람일지라도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어 뒤늦게 감동을 주는 사례는 주변에 많이 있다. 이렇듯 개인 간에 미담도 있지만,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감동도 많이 있다.

자신도 어려운 생활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꼬깃꼬깃 평생을 모아둔 돈을 좋은 곳에 쓰라고 기부하고 떠나는 분들도 많고,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버는 대로 남에게 기부하며 살아가는 연예인들 얘기도 많다.

알게 모르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이들이 세상을 밝게 만들고 있다. 각자의 특성으로 살아가는 것이지만 남에게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은 진짜로 하늘에서 원하는 삶일 것이다. 남의 선행에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나의 어떤 행동이 남에게 감동을 주는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불쌍한 나의 이웃에 해주는 게 주님께 해주는 것이다‘라는 말씀은 성경을 통해서만 얻는 게 아니라 주위에서 행동하며 보여주는 일상에서 많은 배움을 얻는다. 주위에서 하는 행동에 감흥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좋은 행동으로 감동을 주는 기회가 올 것이다.

조그만 것이라도 감동을 주면서 산다면 하늘과 나만이 아는 작지만 큰 위대한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서 위선적으로 행동은 안 하는지, 깊게 깊게 살펴가며 살아야겠다.

<이근혁 메릴랜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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