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이민자들은 사람이 아니다. 동물이다.’ 지난 3월이었나. 트럼프가 이 같은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던 것이.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오고 있다.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지니고. 미국 입국이다. 그들 대부분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다. 거기에 서아프리카, 중동지역 국가 국민들도 섞여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도 부쩍 늘었다.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미국의 남부국경. 이 루트를 통해 미 입국을 시도하려는 그들의 숫자는 쉽사리 1000만대를 웃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중 불법으로 미국에 입경하다 체포된 사람은 630만이 넘는다. 이는 트럼프,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때보다도 더 큰 규모다. 그리고 현재 미 이민법원에서 계류 중인 관련사건만 해도 300만 여만을 헤아린다.
미국으로! 미국으로!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는 사람의 물결. 이를 두고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죄수들, 살인자들, 마약 거래자들, 정신병자들,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질타했던 것.
트럼프는 왜 혐오조장의 논란을 무릅쓰고 이 같은 발언을 하고 나섰던 것일까.
‘외교문제, 안보문제에서 다른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국경문제, 이민이 2024년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일찍이 BBC 방송이 내린 진단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조사에 따르면 올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20%로 경제(14%)보다 많았다. 그리고 이민, 국경 안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에 달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 선동성 발언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들은 그러면 미국 경제에 독이 되는 해로운 존재일까. 아니, 그 반대라는 것이 월 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이다.
‘이민자들은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이민자에 대한 일반적 편견이다.
2019년 팬데믹 이전 본토 출생 미 근로 연령층(25~54세) 취업률은 82%였다. 오늘날은 83%다. 2019년 이후 미국 이민자 수는 1000만이 넘는다. 이 새 이민자들이 본토출생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 그들의 취업률은 전체적으로 줄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다.
팬데믹 이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지난해 3%가 성장했고 인플레이션도 지난 수년래 크게 반감했다.
예상 밖으로 강한 미국 경제. 그 배경에는 이민자들의 대대적 유입이 있다는 게 월 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이다. 그러니까 이민에 힘입은 인구증가로 미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 경제를 능가하는 힘찬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민은 또 다른 형태로도 미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민자들은 대부분이 근로연령층(25~54세)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정부 세수입을 늘려 미국인 은퇴자들을 돕고 있다는 것.
이민자들은 혁신을 불러와 미국의 경제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지적이다. 이 같은 이민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미 본토 출생 이민자들의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월 스트리트 저널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