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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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 그림론

2024-07-01 (월) 청솔 윤영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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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펄펄 끓었어
일주일 내내 독감에 시달렸어
바닷물에 버려졌다가 백사장에 건져 오른
시신처럼 나는 퉁퉁 불어 있었어

아득한 날을 기다리며 치르는 이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첫번째 리허설로 시작되었다면
나의 것은 어느 막에 와 있을까

인생은 초벌 그림이다 완성작 없는 밑그림이다
완성작이 될 수 없는, 이제 수정할 수도 없는
나의 그림

연습 한 번 않고 무대 위에 오른 배우처럼
서툴기만 한 나의 연기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나는 내 그림을 포기할 수 없다.

<청솔 윤영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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