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동부지역 한인 비즈니스 밀집 지역을 돌며 길을 물은 후 친절을 베푼 피해자들에게 답례를 가장해 신체 접촉을 하며 귀금속 등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을 벌이는 부부 절도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한인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경찰 당국은 최근 이 지역에서 한인 및 기타 아시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범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롤랜하이츠에 거주하는 60대 한인 김모씨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콜리마 로드 인근 자신의 사무실 앞에 잠시 나와 있던 중 닛산 SUV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잠시 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랍계 닛산 SUV 운전자는 사무실 앞에 서 있던 김씨에게 접근해 자신들을 카타르에서 사업차 미국을 방문한 부부라고 소개하며 코스코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마침 자녀가 카타르에 거주하고 있던 김씨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며 인근에 있는 코스코의 위치를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설명은 들은 남성은 김씨의 호의에 감사하다며 ‘신이 복을 내려줄 팔찌’를 주겠다고 말하고 김씨의 팔을 차량 안으로 끌고 와 팔찌를 채워줬다. 유쾌하고 낯선 이들의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김씨가 감사를 표하자 남성은 김씨에게 또 하나의 팔찌와 반지를 선물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값나가 보이는 선물은 아니었지만 김씨는 이들의 호의가 고마웠다.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중 이번에는 조수석 뒤에 타고 있던 여성이 내려 김씨에게 허그와 볼인사를 하며 미국에서 너무 좋은 분을 만나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인사 후 여성은 기념으로 목걸이를 선물해 주고 싶다며 김씨에게 직접 목걸이를 걸어준 후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사무실로 돌아와 선물 받은 장신구를 풀던 김씨는 화들짝 놀랐다. 결혼기념일에 부인에게 선물 받은 3,000달러 상당의 목걸이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김씨는 방금 길을 물은 이들의 소행임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사무실 밖으로 급하게 달려 나갔지만 이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

LA 카운티 셰리프국(LASD) 다이아몬드바/월넛 스테이션 관계자는 최근 이 지역에서 한인 등 아시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수법의 범죄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경찰 당국에서도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리프국 관계자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차량을 이용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값비싼 시계나 목걸이 등 귀금속을 착용하고 있는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돌아다니며, 친절을 베푼 피해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정신없게 만들며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셰리프국 측은 “길을 물어보는 낯선 이들을 모두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이유 없이 선물을 주거나 특히 신체적 접촉을 시도한다면 즉시 거리를 두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를 입었거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한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