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시 클럭스 오피스(Clerk‘s Office)에 등록된 결혼주례(Marriage Officiant) 면허 소지자로 가끔 결혼주례를 서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이후 부터 정식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현격히 줄어들기는 했으나 요즘처럼 이렇게 없지는 않았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 결혼을 한다해도 청첩장을 보내고, 하객과 주례를 모신 결혼식 대신 판사나 면허소지 주례와 증인(4명)앞에서 법적 혼인식(Civil Ceremony)을 하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내게 “어떤 주례사를 하느냐?” 궁금해 했던 지인들이 문득 생각나 여기 옮겨 본다.
나는 주례자로서 강단에 오르면 우선 내빈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들의 원하는 바에 따라 이들의 맹세를 인도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두사람의 앞길을 축복하고 지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식순에 따라 신랑 신부의 입장이 끝나고 내 앞에 서면, 축하의 말을 건넨 다음,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하늘이 주신 깊은 인연과 맹세를 서로의 가슴속에 심어놓고 사랑을 가꾸어 온 oo 군 oo 양,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마주 절하십시오.”
한 후, “신랑 oo 군 그대의 오른손을 나의 손 위에 얹으라. 신부 oo 양 또 그대의 오른손을 이 손위에 얹으라.” 명하고, “내빈 여러분, 여러분이 똑똑히 보는 앞에서 이 두 사람은 그 결합을 요구하는 마음의 손을 저에게 맡겼습니다. 이제 저는 하늘의 은총과 여러분의 축복 속에 이 두 손을 맺어 주겠습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를 향해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움 속에 그대들의 삶이여 길이 영광있으라!”고 축복해 준다.
이어서 “신랑과 신부여, 이제 잡은 그대들 두 손은 그대들이 이때까지 희미하게 느끼던 두 영혼의 결합을 또렷이 인식시키는 손길이며 이 손길에서 새로운 꿈과 새로운 의무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그 하나의 영혼을 깨달은 마음의 표적을 교환 하십시오.” 하고 예물 교환을 시킨 후 “이제 그대들이 교환하는 예물은 각각 그대들의 영혼의 모습이요, 그 영혼은 이때까지는 반쪽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것을 바꾸어 지님으로써 그대들은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영혼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대들의 몸은 그대들의 하나된 영혼에 복종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어서 “내빈 여러분, 하늘의 뜻에 따라 이 두사람의 사랑은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엄숙한 사실로 나타났습니다. 고귀한 계약으로 성립되었습니다. 하늘이여, 당신의 이름 아래 이 두사람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생명이 되었습니다. 내빈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까지도 그러하셨겠지만 지금보다도 더 깊게 이 하나된 두 사람을 보살피고 도우고 지켜주셔야 하겠습니다.” 라는 부탁을 하고 아래와 같은 짧은 축사로 마무리 한다.
“신랑 신부여, 그대들은 지금부터 인생일대에 가장 즐거운 구속 속에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OO 군과 OO 양, 결혼은 새로운 사랑의 요람(搖籃)입니다. 사랑은 감동이지만 결혼은 생활입니다. 결혼의 사랑은 연애의 사랑처럼 장점과 좋은 처지만 보고 단점과 나쁜 처지는 안 보려는 사랑이 아니요.
단점을 봐도 처지가 나빠져도 그것을 서로 보충하는 사랑입니다. 다시 말하면 연애의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사랑이지만 결혼의 사랑은 가지런히 서서 둘이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랑이란 말입니다. 무엇을 함께 바라보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아마 실상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깃들여 있으면서도 항상 산너머 저쪽에 더 멀리 있다는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신랑 신부여, 검은머리가 파뿌리같이 희게 될 때까지 그대들이 지킬바는 본능의 자유를 절제하고 이상의 고난을 초월하여 극복하는 일꾼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대들의 소원에 의해서 이 자리에서 서게된 나를 진실한 증거자가 되게 하는 그대들의 의무요, 이 자리에 모인 내빈 여러분을 하나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그대들의 예의인 것입니다. 이제 먼 길을 함께 떠나야 하는 두 젊은 영혼에게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기도하며 주례사에 대신합니다.“
결혼식은 엄숙하고 숭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실리적이고 색다르게(?)‘라는 유행으로 점차 기품을 잃어가는 결혼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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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수필가·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