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세상만사] ‘화 (火)’

2024-06-1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화는 인간의 보편적 현상이다. 누구나 화를 체험한다. 성격에 따라 노골적으로 내는 사람도 있고 화를 억누르고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국 여자들에게 홧병이라는 것이 있었다. 시어미에게 눌리고 부엌일, 바느질, 빨래 등 너무나 쌓인 일에 지쳐 홧병에 걸렸다. 의사도 없고 약도 없는 것이 홧병이다. 알콜중독이 되는 남자들 중에는 화에 치밀려 사는 도망의 방법으로 술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격의 차이, 교약의 수준 등에 따라 화의 표출방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어른 아이 남자 여자 할것없이 누구나 화를 내고 화의 희생물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tv쇼로 유명한 도나휴(Donahue) 씨는 여성 관중에게 박수를 받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이러이러 할때 여러분은 화가 났죠?”하고 말하면 여성들은 박수를 보내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내 화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갖는 것이 모든 사람의 정서이다. 화는 허탈함을 주고 염세주의도 일으키고 이유없는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하면 자살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화는 개인의 울타리를 넘어 집단적인 화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같은 문제로 화가 날때 데모, 스트라이크, 혁명까지 일으킨다. 지혜로운 정치가는 집단적인 화를 잘 파악하고 다스릴줄 알아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이 민중을 일으키려고 할때 화를 불러일으켜 집단행위를 조장한 예도 많이 볼수 있었다. 집단적인 화는 단결시키고 적개심을 조장하여 싸우게까지 한다.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문제를 연구하는 남가주 대학의 심리학교수 바바라 스타 박사는 두가지를 권한다. 첫째 화가 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말고 반드시 선배친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양을 많이 쌓은 사람이면 몰라도 대개의 경우 화는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 스승이나 목사와 의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객관적인 판단과 해결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둘째 화의 온실에서 되도록 빨리 나와야 한다. 화의 온실에 오래 있을수록 나오기가 힘들어진다. 취미생활이 있으면 화의 온실에서 나오는 좋은 방도가 될수 있다. 가령 운동을 한다든지 바둑을 둔다든지 코미디 영화를 보는것도 하나의 방도이다.

화는 한자로 불화(火)자를 쓴다. 불과 같이 억세고 불과 같이 빠른 속도로 번지기 때문이다.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화를 삭이지 못하여 죄까지 짓는 것을 말한다. 옛날 한강다리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 경찰이 이런 고시문을 붙였다. “화 나는 일이나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이리로 전화주세요” 이런 고시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화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끄는 워싱턴대행진(1963년 8월28일)에서 킹 목사는 분명히 행진의 목적을 밝혔다. 그것은 백인들의 멸시에 대한 화풀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의와 평화의 원칙아래 미국에 사는 모든 인종과 민족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것이지 무슨 투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인도에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항의 행렬에서도 똑같은 목적과 의미가 피력 되었었다.

이렇듯 모든세계의 인류애를 내건 운동은 화와 미움을 넘어 사랑과 협조의 세상을 만들자는 공통된 움직임이다. 한국의 4.19 민주화 시위도 무력을 앞세운 군인들의 정치에서 국민들의 선거에 의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는 민중의 소리였다.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본을 보여온 미국이 세계의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나라에 두번째 내 고향으로 삼아 이민온 한국인들도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가는 훌륭한 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때 한국에서는 한국적 민주주의란 말을 내걸었었는데 그것은 억지이다. 미국적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하나이다. 어느 나라에나 통용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공정한 선거에 의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선출, 그리고 그들의 자유평등에 입각한 행정과 입법의 진행,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자세이며 전부이다. 다른 토를 달아 독재를 합리화 하려는 모든 시도는 분쇄되어야 한다. 전세계가 민주화되어 평화로운 지구가 되기를 기원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