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맨하탄 교통혼잡세 시행 무기한 보류

2024-06-06 (목) 서한서 기자
크게 작게

▶ 호쿨 뉴욕주지사, 시행 25일 앞두고 전격 중단 발표

▶ “서민 재정부담 완화 이유”⋯일각선 본선거 표심 의식

맨하탄 교통혼잡세 시행 무기한 보류

맨하탄 61스트릿과 웨스트 엔드 애비뉴 교차로 위에 교통혼잡세 징수를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

맨하탄 60스트릿 남단의 상업지구 진입차량에게 부과하는 교통혼잡세(Congestion pricing) 시행이 무기한 보류됐다.
오는 30일부터 징수가 시작될 예정됐던 교통혼잡세가 시행 25일을 앞두고 전격 중단된 것이다.

캐시 호쿨 뉴욕주지사는 5일 “신중한 고려 끝에 맨하탄 교통혼잡세 시행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혼잡세 징수가 시작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너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인해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에 시행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도 호쿨 주지사의 시행 보류 결정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맨하탄 교통혼잡세를 통해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연간 10억달러 예산 확보를 계획했던 MTA는 시행 보류 결정에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 수년간 논의 끝에 맨하탄 교통혼잡세는 오는 30일 0시를 기해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맨하탄 60스트릿 남단에 진입하는 승용차에 통행료 15달러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였지만, 이번 무기한 보류 결정으로 인해 향후 시행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호쿨 주지사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뉴욕시 경제가 회복에 있어 또 다른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야 했다”며 “재정이 넉넉한 시민들에게는 15달러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호쿨 주지사는 이번 보류 결정의 명분을 서민 재정 부담 완화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11월 본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쿨 주지사는 이날 발표 수일 전에 백악관과 하킴 제프리스 연방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에게 맨하탄 교통혼잡세 시행 보류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소식통은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호쿨 주지사에게 혼잡시 시행을 보류하라고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중립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제프리스 의원 대변인은 “혼잡세가 뉴욕시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제한된 기간동안 일시적 시행 보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맨하탄 교통혼잡세는 뉴욕시 대중교통 재정 문제 해결과 맨하탄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지역 정치권 일부와 환경론자와 대중교통 옹호론자, 경제학자 등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혼잡세 시행 금지 소송을 제기한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호쿨 뉴욕주지사의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혼잡세 반대에 앞장서 온 조시 갓하이머 연방하원의원도 “오늘 뉴저지 주민이 큰 승리를 거뒀다. 중산층 가정과 뉴저지의 환경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맨하탄 교통혼잡세 시행 계획은 뉴저지와 스태튼아일랜드, 롱아일랜드 등 뉴욕시 외곽 지역과 뉴욕시교사노조, 뉴욕트럭운송협회 등이 제기한 8건의 반대 소송에 직면해 있다.

혼잡세 시행 무기한 보류 조치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호쿨 주지사는 연방법원이 혼잡세 시행을 금지할 상황을 대비해 주정부가 MTA에 대한 자금을 확보해뒀다며 대중교통 설비 개선을 위한 필요한 투자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서한서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