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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에서 기대와 다른 현실

2024-06-02 (일)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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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업무를 하다 보면, 결혼 생활에서 배우자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하소연하면서, 재판에 가면 공정한 판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고, 상대방을 꾸짖어 주고, 본인의 정당성을 인정해서 유리한 판결을 내려줄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필자의 주 대법원과 연방 지방법원 근무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현실적으로 법원과 판사들은 무척 바쁩니다. 기대하는 것만큼, 판사가 케이스 하나 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단 며칠의 재판을 통해 접하게 되는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게 되고, 당연히 오심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판사가 그 전에 어떤 전문 분야에 종사했는지에 따라, 가정법/이혼에 관한 법률에 해박할 수도 있고, 별로 경험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형사재판의 경우는 피고의 유/무죄를 따지지만, 이혼 소송에서는 이혼사유, 양육권, 자녀방문권, 양육비, 위자료, 재산 분할 등등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가정법과 이혼에 관한 법률에 해박하고, 편견이 없고 공정한 판사가 본인의 재판에 배정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혼 케이스에서 판사는 엄청난 재량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른 민사 케이스와 달리 이혼 케이스는 배심원 재판 없이 판사가 단독으로 결정합니다. 버지니아 주, 메릴랜드 주를 포함한 많은 주에서 이혼소송은 배심원 재판으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혼 케이스를 주재하는 판사가 모든 판결을 내리고,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편지 의견 (Letter Opinion)이나 판결문(Final Order of Divorce) 내용을 준비하게 되는데, 보통 수십장에 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명의 판사에게 직접 들은 말이지만,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당사자 둘 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수년 또는 수 십년 간의 결혼생활을 마치면서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있어, 그 결혼생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제 삼자(판사)에게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 자체가 무척 위험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혼 소송을 잘 하는 변호사는 “good lawyer,” 합의를 잘 하는 변호사는 “great lawyer” 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조건 재판에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합리적인 조건으로 합의가 가능한 지 최대한 대화와 노력을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자녀들이 있는 경우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부부의 갈등과 감정 싸움을 부추겨서 소송에 무조건 끌고가는 변호사 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상호합의를 이끌어내는 변호사가 더 고객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문의 (703)593-9246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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