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례 깨고 유럽 극우세력과 유대 강화…유럽 디지털 검열 등 비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동맹을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뒤에는 새뮤얼 샘슨(27)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수석고문이 있다.
샘슨은 최근 1년간 유럽 각국에서 현지의 극우성향 유력 정치인들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극우 진영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인물 기사를 통해 샘슨의 이력과 성향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채 5년밖에 되지 않은 샘슨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 국무부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년간 샘슨은 유럽 대륙을 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유럽 관계 재편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특히 그는 유럽의 중도성향 기성 정치권을 배격하면서 유럽의 극우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해 이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주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샘슨은 지난해 3월엔 영국의 우익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만나 낙태와 검열 문제를 논의했다. 이어 5월에는 공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가 부당하게 박해받았다고 프랑스 인권위원회에 호소했다.
앞서 그는 작년 9월에는 워싱턴DC에서 독일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 소속 의원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독일의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둬 왔는데, 샘슨 고문과 AfD 의원들의 만남은 이런 오랜 관례를 깨는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샘슨 고문은 수십 년 외교 경력을 지닌 유럽의 주류 지도자들을 향해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하고, 이들에게 도전하는 유럽 내 강성 우파 정치인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미국 정가와 외교가에 충격을 줬다.
그는 국무부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유럽이 디지털 검열과 대량 이민, 종교자유 규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의 극우세력들의 입지는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은 여전히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이고, 샘슨이 찬양했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최근 총선에서 패해 권좌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유럽 관계를 좌지우지하는 샘슨의 국무부 입부 전 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필리핀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며, 고교 재학 때엔 트럼프 대통령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차용한 구호를 내걸고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실에서 근무했는데, 그 이후 학교에서 보수 성향을 이유로 인종 차별적 비난을 받았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궤도에 진입했다.
밴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정부 일자리를 찾는 젊은 보수 지도자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 '아메리칸 모먼트'의 후원자였고, 샘슨은 이 단체에서 3년간 근무했다.
그는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수석 고문으로 임명됐다.
한 당국자는 샘슨 고문이 국무부에 들어와서 동료들에게 미국인들이 '깨어있는' (woke)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기독교인과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샘슨 고문은 유럽연합(EU)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조치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은 3개월 동안 EU의 기술 규제가 검열로 이어졌는지 평가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