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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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가 좋아

2024-05-24 (금) 백 광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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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가 노래하는 것을 보았는가. 이웃까지 즐겁게 하는 종달새가 아침잠을 깨운다. 내 남은 생애, 가장 젊은 날의 새날의 아침. 기다려지는 ‘화요 노래방’.

정겨운 얼굴들, 척하지 않고 생긴 대로, 가진 대로, 아등바등 안달하지 않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촌티 나고 유치하다고 멸시받는 우리 대중가요가 좋아서 함께 노래하고 흥겹게 춤추며 몸과 마음을 다스려가는, 노소의 벽이 없는 30여명 멋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람은 세 가지의 성(영성, 지성, 감성)의 신비로운 모자이크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절대자의 비옥한 토양 위에 뿌리를 둔 영성 위에 튼튼히 숙성한 지성의 꼭대기에 피어난 감성의 꽃,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는 사랑의 감성은 분명 절대자의 은총이다. 흙으로 만든 도가니에 7번을 녹여서 정제된 교황의 메시지는 “인생을 즐겁게 살라. 죄가 되지 않는다면 세계평화를 위해서”이다.


일찌기 인류 문화연구의 대석학 토인비는 사랑과 정의 결정체로 한국민의 효 사상을 세계 문화의 보고 유네스코에 등재하여 문화대국 대한민국의 탄생을 예고하였고 오늘날 BTS의 사랑과 평화의 화살은 세계 젊은이의 가슴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오늘날 우리 민족 정서의 정체성이 빛을 발하고 있건만 “8.15가 뭐에요?”하는 얼빠진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늙은이는 많은데 어른이 없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역사와 정체성을 모르는 민족은 망한다. 민족 정체성은 텍스트나 이론보다 복받치는 감동으로, 은은한 그리움으로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촌티 나고 유치했던 우리 민초들에겐 대중가요가 가까이에서 위로가 되고 정겹게 다가왔다.

노벨문학상이 민초들의 마음을 달래온 노래와 글을 쓰는 시인이고 대중가요 뮤지션인 밥 딜런에게 안겨진 것을 보면서 우리 화요노래방은 BTS의 원주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오늘도 연분홍치마가 휘날리는 5월의 봄바람에 아련한 추억의 낭만을 구름에 흘려보낸다.

<백 광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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