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차이나타운’(Chinatown·1974) ★★★★★ (5개 만점)
사립탐정 기티스(왼쪽)는 사건의 중심 인물인 이블린을 사랑하게 된다
1930년대 LA를 뛰어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음울하고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는 필름 느와르 걸작으로 LA라는 사막 위 도시의 물에 매어달린 운명과 모습을 대표할만한 기념비적 영화다.
유부남의 혼외정사 뒷구멍이나 뒤지고 다니는 간교한 싸구려 사립탐정 J.J. 기티스(잭 니콜슨)가 한 여인의 사건 의뢰를 수락하면서 그는 살인과 부패와 탐욕 그리고 근친상간과 음모와 불가사의의 미로에 빠져든다.
자기 딸 이블린(페이 더나웨이)을 겁탈해 캐서린(벨린다 팔머)이라는 딸까지 낳은 LA 시정을 떡 주무르듯 하는 광적인 이기주의자 노아(존 휴스턴)가 자신의 막대한 토지와 이 땅에 대한 물 공급권을 위해 자행하는 살인과 공갈과 협박에 극중 인물들은 모두 희생자가 된다.
자기 딸이자 여동생인 캐서린의 불쌍한 운명 때문에 몸부림치는 이블린을 사랑하게 된 기티스는 오기가 나서 사건을 수사하다가 노아의 깡패 하수인(이 영화를 감독한 로만 폴란스키)이 빼든 칼에 콧구멍이 찢긴 뒤에도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악착같이 사건 해결에 집착하나 절대 비극만 초래하게 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로버트 타운이 극본을 썼는데(오스카 상 수상) 내용이 매우 복잡하나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 나가는 게 흥미진진하다. 제목은 영화의 종결부가 진행되는 차이나타운의 실체와 함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과 상황의 불가사의를 상징하고 있다.
기티스의 파트너가 마지막에 기티스를 향해 내뱉는 “잊어버려.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야”라는 말은 기티스가 풀어가는 사건의 미스터리와 인위적으로 변경 할 수 없는 운명적인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존 휴스턴과 페이 더나웨이가 뛰어난 연기를 하는데 특히 경탄스러운 것은 냉소적요 자기 비하 적이며 뱀처럼 차가운 잭 니콜슨의 연기다. 촬영, 음악, 의상 및 프로덕션 디자인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로 재기가 가득한 폴란스키의 완벽한 솜씨가 만들어낸 패라마운트 사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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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