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끝난 1주일 뒤인 4월 16일 생중계된 윤석열 정부의 국무회의 생중계는 국민들이 바랐던 국정기조의 전환이나 시급한 총선민심의 기대와는 다르게 생뚱한 자화자찬과 자신의 국정방향을 알아먹지 못하는 국민 탓(?)으로 51분간을 채웠다. 방송 후 대부분의 평가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라는 것이 대체적이다.
한 나라의 권력자의 말과 행동이 너무 쉽게 예측 가능하고 뻔한 속내와 뻔한 거짓말이라면 리더쉽 문제가 심각하다.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불과 한달전의 일이지만 필자의 관심은 생경한 국가최고 국무회의 장면이었다.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불만인지 불안감인지 호통하는 대통령 주변에 잔뜩 움츠려 고개 푹 숙이고 있는 장관들의 모습과 대통령 곁에 좁은 어깨를 더욱 구부리고 앉아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노추(老醜)한 모습이었다. 저런 분위기에서 무슨 국가대사와 비전이 나오겠는가 생각하니 한숨과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2013. 10. 21(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 법사위에서 정갑윤 의원(새누리당)이 ‘사람(채동욱)에 충성하느냐?’ 묻자,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증인이 했던 답이다. 지금도 이 말과 행동이 맞다고 하는 국민들은 24%뿐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거짓말이었고 지금도 하는 말마다 거짓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70%정도다.
윤석열 서울지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다짐해서 검찰총장에 천거(조국 민정수석)되어 검찰총장이 된 2019. 7월부터 거의 5년동안 그는 이 거짓말 하나로 실제로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2022. 5월 대선에 당시 야당인 국민의 힘을 포함 국민 대다수를 속여버린 한마디였다.
출발은 조국이었지만 문재인 청와대,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김기현, 한동훈까지, 그리고 심복중의 심복인 이원석 현 검찰총장마저도 패싱당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처분을 해버리는 인면수심의 거짓말을 온 세상에 공포하고 있는 것이다.
MBC 박성재 전 앵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공사 이해가 충돌하면 사적(私的)이해를 우선한 일이 공식적으로 무려 83회에 이른다고 한다. 이전 같았으면 합리적 근거 없이 대통령이 단 한차례라도 사적 이해를 우선하면 국민과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차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인내의 한계점을 지나 이제는 자포자기를 넘어 ‘해도 너무한다.’는 분노의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지지했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창피함을 넘어 분노대열에 합세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관에는 대의멸친(大義滅親)같은 것은 없다. 그 최상위에 부인이 위치해 있다. 국가<국민의 힘<검찰<호위검사<김건희의 양상이다. 보통의 리더라면 반대가 되어야 맞다. 오로지 자기 부인 한 사람만을 위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경이니 무슨 국가경제, 외교와 국익, 국민을 살필 겨를이 있겠는가.
2021. 12. 20일경 20대 대통령 선거 6개월전에 당시 후보 부인 김건희씨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사이에는 별별 희한한 전화들이 오간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시시콜콜, 시중잡배들도 못할 내용들이 고스란히 쏟아져 나왔지만 등한시(等閒視)했던 국민들은 그를 기어코 대통령에 당선시킨다. 몇 가지만 상기해보자.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일반국민들은 바보다.’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왠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볼 줄 아는데 우리가 청와대 간다.’ ‘한동훈한테 제보할 것 있으면 내게 보내주라 한동훈과 자주 연락한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권력이란 다 그런 거야, 아래에서 알아서들 다해’
한국정치가 요모양이 된 이유를 되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경천동지 기절초풍할 내용들이다. 앞으로도 바뀔 가망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주는 정당보다도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공천하는데 대구는 당에서 공천하면 무조건 찍는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차이만큼 크다(정규재 전 조선일보 기자). 북(北)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행동은 북과 거의 같은 것이다. 싸우면서 닮아가는 것이다.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게 받아들여야만 국가의 미래가 있다.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무책임의 단골메뉴인 남의 탓, 심지어 국민 탓을 한다. 여야정 모두가 5.18을 헌법전문에 수록하자고 하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이런 마당에도 민주화운동으로 기념은 못할 망정 이것마저도 핑게거리를 찾다 보니 ‘북한군 소행’이라는 천인공노할 ‘탓’을 아직도 들먹거리고 있다.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다. 상대하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대통령의 격노(激怒)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화를 내는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장관들에 대놓고 육두문자를 해대니 주눅이 들어서 무슨 정상적인 국정 논의가 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이 일하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선거로 이미 국민의 심판 받아 탈락한 낙선거사들을 주변에 다시 끌어 모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다. 사면윤가(四面尹歌)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공무원 도시인 세종시(공무원가족비율 30%)가 전국최대투표율(70.2%)에 야당의원(56.93%)을 선택했겠는가,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줄창대고 읊어대는 한덕수 총리 이하 장관들과 대통령실 사면간신(四面奸臣)을 걷어내고 국가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은 또 다시 국민몫이어야 하는가.
민주당도 정신 가다듬고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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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