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류비전과 통일비전은 닮아있다

2024-05-23 (목) 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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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초 ‘겨울연가’의 시작으로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현재는 한류문화가 영화, 음악, 패션, 의료, 한식 등으로까지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양적으로도 매우 성장했고 질적으로도 성숙해졌다.

그 당시 일본에서 겨울연가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남자들이 부인 앞에서 배용준을 탐탁지 않게 얘기했다가는 며칠간 밥을 얻어먹지 못할 정도였다. 한류드라마의 시초이자 사회현상으로까지 불린 레전드 드라마 겨울연가의 욘사마(배용준), 지우히메(최지우)로 당시 일본인들은 K-드라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식민역사, 전쟁, 북한이란 나라를 이고 있는 분단국가인 한국이란 나라를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는 겨울연가가 한참 흥행할 때 일본에도 좋은 멜로드라마가 있었을 텐데 왜 유난히 한국 멜로드라마에 열광하는지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녀의 대답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심정의 깊이가 너무 심오해 말로 표현 못할 아름다운 감동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대답이 더 심오했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한국의 가족문화와 연결되고 한국의 정과 한의 문화와 연결되어 서로의 아픔을 용서와 사랑으로 승화시킴으로써 30, 40대 중년 부인들의 마음에 미칠 듯한 거대한 광풍을 일으켰다고 보인다. 또한 대장금과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를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줄거리로 한국인의 문화적인 천재성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K-뮤직을 보면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 가사도 선율도 점점 실망스럽고 댄스도 상당히 선정적이어서 한류문화가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초심을 잃고 가장 한국적인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정신세계와 가치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나는 한류를 연구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한류가 세계인의 정서를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순 없다. 그러나 한류의 콘텐츠가 한국의 보편적이고 전통적 가치인 효와 충, 열, 경 그리고 대가족문화에서 뿌리내린 도덕적 권위가 상실되기 시작하면 한류의 인기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장담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정신세계에서 내려오는 보편적인 가치를 잃지 않는 한 한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세계를 열광시켜 나갈 것이라 믿는다.

또한 요즘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북한의 젊은 세대들의 사상이 무장해제 되어가고 있어 앞으로 한류가 남과 북을 통일하는 좋은 도구로 사용되길 기대한다. 오랫동안 분열됐던 나라가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적인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세계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전 세계 앞에 자랑스런 통일의 성공 샘플이 될 것이고 통일의 K-모델이 되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앞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한류의 비전과 통일의 비전은 상당히 닮은 점이 많다. 경제적인 부유함만을 추구하는 통일비전으론 성공적인 통일한국을 기대할 수 없다. 불우한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통일된 한반도가 어떻게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정신유산을 기반으로 한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나라를 만들 것이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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