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근래들어 여러가지 이상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 76년간 세습 왕조처럼 3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김씨일가의 기형적인 독재체제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은 11살짜리 딸 주애를 데리고 다니며 미사일 발사장과 군수공장 등 어린 아이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쟁관련 시설들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에는 주애와 함께 공수부대 낙하산 훈련을 참관하던 중 강풍에 낙하산 줄이 엉켜 열한명의 군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최근 갑자기 ‘통일’, ‘우리민족’ 등 그동안 북한당국이 자주 써 오던 말들을 일절 쓰지 못하게 하고 ‘남조선 괴뢰도당’이라 부르던 남한에 대한 호칭도 ‘대한민국’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남북한은 이제 같은 동족, 통일 될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교전중인 적대국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태양절이라 불리우던 북한 최대의 국경일인 김일성 생일도 앞으로는 태양이란 말을 빼고 ‘4.15 절’로 부르도록 했다.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중국 길림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2000여명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던 중 감독관 한명을 살해하고 여러명을 다치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 외화벌이 일꾼으로 파견된 노동자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BBC 방송은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이 2명의 10대 소년들에게 수천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갑을 채우고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공개재판 영상을 공개했다.
김정은 정권은 들불처럼 번지고있는 남한 문화의 유입을 막기 위하여 이른바 ‘평양 문화어 보호법’, ‘반동사상 문화배격법’ 등 악법들을 연이어 제정하며 주민들을 옥죄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오빠’, ‘자기야’ 등 남한식 말투를 쓰는 젊은이들은 노동교화형 등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청바지나 미니스커트, 긴 생머리 등 남한풍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도 단속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한류의 확산을 막기위하여 안간힘을 쓰고있으나 K-드라마와 K-팝 등 한국문화는 이미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북한의 열악한 식량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는 것 같다. 쌀과 옥수수 등 주식은 물론 간장, 된장, 고추장 등 기초식품마저 주민들에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시기에 주춤했던 탈북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탈북 동기도 과거의 생계형 탈북에서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하는 이념형 탈북으로 바뀌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북한의 최고 엘리트층인 외교관들의 탈북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사상적 이탈을 막기위해 촘촘한 상호 감시망을 구축하고 자아비판 생활총화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장마당 세대로 불리우는 북한의 2, 30대 젊은 층들은 국가배급체계가 붕괴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대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김씨일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연대감도 희박한 편이다.
이와같이 최근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여러가지 이상 징후들로 보아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3대세습 독재정권인 북한 체제는 내부로부터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김씨 일가 독재체제가 무너지면 북한의 비핵화와 조국의 자유민주 통일도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준비없이 맞이하는 북한의 급변사태는 극심한 혼란과 국가적 위기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위정자들은 대파값을 모르네 아네, 명품백을 받았네 안받았네 하는 사소하고 치졸한 정쟁에서 벗어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원대한 통일전략을 세우고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찾아오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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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