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러시아의 푸틴이 보이고 있는 최근 행보 말이다.
대통령 5선에 성공, 그 집권 5기 취임식이 열린 날이 5월 7일이다. 그리고 한 주도 못돼 쇼이구 국방 장관이 교체됐다. 후임으로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가 발탁됐다.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경제관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것이다. 그 날이 5월 12일.
그런 후 바로 이어진 게 중국 방문이다. 이는 2000년 푸틴이 처음 러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19번 째 베이징 행으로 시진핑과의 만남은 43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마치기 무섭게 찾아간 곳은 하얼빈으로 베이징에서 1200km나 떨어진 그곳에서 푸틴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하얼빈 공업대학도 방문했다.
유라시아대륙의 서쪽에서 동쪽 끝으로 이어지고 있는 푸틴의 이 일련의 광폭행보. 무엇을 말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제 2의 한국전쟁이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의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라고 할 한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전 종전 7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과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막대한 양의 포탄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탄도 미사일과 포탄을 공급하는 등 푸틴의 병기고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 충돌하고 있는 양대 진영의 일원으로서 한국과 북한이 유라시아 대륙 건너편 우크라이나에서 대결하고 있는 이 모양새. 관련해 브랜즈는 개전 2년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전쟁은 전 지구적 차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리전’이란 개념을 먼저 사용한 것은 크렘린이다. 침공 초기에 크렘린은 길어야 수 주 내로 우크라이나 점령 특수작전은 끝날 것으로 자신했다. 상황은 그러나 정반대로 전개됐다. 결연히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이 쇄도하면서 러시아군은 패퇴를 거듭했다.
그러자 크렘린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공격의 공성망치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 논란은 일단 그렇다고 치고, 크렘린의 계산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성공을 거두었다면 어떤 양상이 전개됐을까.
동유럽의 군사균형이 무너지면서 이는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불러 올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을 우려, 미국은 개입에 나섰고 반러시아 연합전선은 확대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병참 허브역할은 폴란드가 맡았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과 그 밖의 유럽국들, 또 멀리 호주, 일본, 한국 등 인도-태평양지역 민주국가들도 지원에 나섰다. 군사, 경제 원조,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각양의 형태로.
전쟁 초기 전황은 서방측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이와 동시에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전례 없는 단합도 이루어졌다. 거기에다가 스웨덴, 핀란드 등 중립국이 가담해오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오히려 강화됐다.
그 상황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런 발언을 했다. ‘러시아가 약해지는 것을 보기 원한다. 그래야 또 다시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도발을 하지 못할 테니까.’
그 발언이 그렇다. 미국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처절히 무너져 경제, 군사적으로 파산지경에 이르면 미국은 중국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방어 전략의 속셈을 이 한 마디 말이 실토한 것이다.
작용은 반작용을 불러온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러시아를 중국, 이란, 북한은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결국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대륙 권위주의 독재세력 블록 형성과 함께.
그 터닝 포인트의 시점은 2023년 3월이다. 3기 집권을 시작한 시진핑이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강조했다. 이후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쏟아졌다. 직접적인 무기 지원과 경제지원, 그리고 중동에서 제2의 전선을 여는 등의 형태로.
이 때를 기점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반전됐다. 전쟁의 주도권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대리전’이라는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이 미국과 서방에 대한 대리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그 주장의 근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장기화되면 그 보너스는 중국에 돌아간다는 데 있다. 미국은 유럽전선에 집중, 서태평양 전선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 그 한 증좌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도발에 아무 대응도 못하고 있는 워싱턴, 그 모습에서 찾아지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를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푸틴의 광폭행보. 무엇을 말할까.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그 양상이 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 그에 대한 대비가 아닐까. 이를 위해 경제 전문가를 국방장관에 앉혀 전시경제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그러니 만 리 길도 마다하고 푸틴은 시진핑을 찾아가 알현을 한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가능하다면 중동지역 외에 또 다른 전선을 열어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거다. 그 제 3의 전선은 그러면 어디가 될까. 남중국해일까, 아니면 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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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