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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 가고 싶다

2024-05-10 (금)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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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나 대학의 졸업식은 한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다. 졸업시즌이 다가왔음에도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지면서 졸업식을 할지, 단과대학별로 축소되어 치를지 그 향방을 짐작할 수 없다.

뉴욕 컬럼비아대학 광장 텐트촌에는 팔레스타인 깃발이 나부끼고 맞은편에는 다윗의 별모양 이스라엘 국기가 꽂혀있고 벽에는 이스라엘 인질들 사진이 붙여진 가운데 대치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학은 4월18일 공권력을 투입,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연행되었고 정학처분이 시작되었음에도 시위대는 교내건물 ‘해밀턴홀’을 점거한 후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사태까지 맞았다. 시위대 외에 ‘캠퍼스 외 다른 장소에서 하라’며 시위가 불편한 학생들, 이 상황이 너무 불안한 이슬람이나 유대인 학생 등등 저마다의 입장이 다르다.


컬럼비아대학 시위를 계기로 전미 대학가에 천막 농성 및 시위가 확산되면서 예일, 프린스턴 등 동부지역을 비롯해 남부, 중부, 서부의 대학에서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이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미국 대학가의 친 팔레스타인 시위는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은 1968년 미 대학가를 휩쓴 베트남전 반대시위의 선봉에 선 바 있다. 1960년대 민권운동을 지켜보며 성장한 젊은이들은 베트남 전쟁에 분노했다. 1968년 4월 컬럼비아 학생 800여 명은 캠퍼스 건물 5곳을 점거하고 반전 시위를 벌였다. “하나, 둘, 셋 더 많은 컬럼비아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 전역으로 확산되기를 호소했다. 당시 보수적인 아이비리그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학생시위였다.

이때 대학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경찰과 학생이 다치고 수백 명이 체포되면서 시민들에게 반전의식을 일깨웠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북베트남 대규모 폭격을 승인하여 미 전투부대가 베트남에 첫 상륙했고 미국이 점점 더 전쟁에 개입하자 국민들은 고통에 시달렸다. 결국 린든 존슨(민주당)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고 ‘베트남전 종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승리했다.

닉슨은 1969년 베트남에서 미군 1차 철군을 발표했다. 1975년 4월30일 북베트남 군대가 사이공시를 점령함으로써 30여 년에 걸친 베트남 전쟁은 막 내렸다. 당시 베트남전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의 실용화, 상품용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상이 전해졌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SNS를 통해 젊은이들이 목격하고 있다.

하마스 소탕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민간인 사상자만 늘어나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대한 도덕적 분노에다가 이스라엘 전쟁 지원 반대 및 대학의 이스라엘 기업 재정지원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는 오는 11월 대선에도 주요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가는 연중 최대행사인 졸업식을 앞두고 학생들과 계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졸업식을 치르기는 힘들겠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코로나19로, 대학졸업식은 친 팔레스타인 시위로 못한다고 울상 짓는 졸업생도 있다.

보통 이맘때면 각 대학 연설자가 누구냐가 졸업생들 간 최고이슈가 되고 유명인사의 연설은 오랫동안 회자되면서 감동을 주기도 했다. 10번째 정규앨범 ‘미드나이츠’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4번째 수상하고 빌보드 싱글차트 1~14위를 차지하며 기록행진 중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도 2022년 5월18일 뉴욕대학교 졸업식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리 모두는 혼자 힘으로 해낸 게 아닙니다. 우릴 사랑해 준 이들, 우리의 미래를 믿어준 이들, 성공에 대한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던 때 할 수 있다고 해준 이들, 옳고 그름의 도덕적 규범을 알려줬던, 그분들의 노력을, 오늘 기억합시다.”고 말했었다.

테일러 스위트프가 몰고 올 숙박, 관광 등 막대한 경제 활성화에 세계 각국이 공연유치를 위해 구애 중이다. 미국에서도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 스위프트를 대통령으로’라는 농담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협상이 타결되어 이스라엘이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중지하고 대학가도 하루빨리 정상을 찾기 바란다. 졸업식에서의 싱그러운 젊은 미소들이 보고싶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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