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2024-05-09 (목)
문일룡 변호사
최근 인공지능 관련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교육위원으로서 매년 연장교육을 받게 되어있는데, 과거에는 전미교육위원협회나 버지니아주 교육위원협회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었다. 이번에 대부분의 동료 위원들이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미교육위원협회 컨퍼런스에 갔지만 나는 합류할 수 없었다. 대신 오랜 기간 관심을 가졌던 인공지능 관련 컨퍼런스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뉴욕시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이 컨퍼런스가 달랐던 것은 주 참석 대상이 교육위원들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학교장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교육자들로 국한되지 않았다. 멀리 뉴질랜드에서 온 교장들도 만났다. 하기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미국 내에서만 국한될 수는 없는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3일 동안의 컨퍼런스 중 다양한 세션에 참석해 강의를 들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현재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이산 몰릭(Ethan Mollick) 교수였다. 프레젠테이션 자체도 훌륭했지만 인공지능의 현장 사용 사례들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지금 그 교수가 저술한 책(“Co-Intelligence”)을 읽고 있는 중이다.
몰릭 교수가 제시한 용도 가운데에는 학습 교재 준비뿐 아니라 시험 답안 채점도 있었다.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플랜 준비도 있었다. 일대일 평가도 가능하고 학생의 필요에 맞추어 개인 레슨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교실에서 한 명의 교사가 거의 30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일일이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에게 30명의 보조교사 역할을 맡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은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고용 시장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서 인간만이 해오던 직장 수와 직업 자체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 변화가 지금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직장/직업으로 변호사와 회계사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리고 의사도 포함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로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들의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법률 서류 검토인데 이러한 검토를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변호사는 그 인공지능이 해낸 일들에 대해 점검 과정만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변호사 숫자를 줄여도 된다는 것이다.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내용을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얘기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대학교에서 컴퓨터 코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자신처럼 이미 여러 해 그런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좀 낫지만 대학을 갓 졸업해 컴퓨터 코딩 일을 하려던 학생들의 경우 그러한 일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에서는 취업비자로 미국에 와서 일하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비자 연장을 위한 스폰서 역할을 고용주가 더 이상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즉, 그런 인력이 더 이상 필요 없고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은 나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렇게 급변하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초중고 교육 내용의 대처 방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나 정책 수립을 하는 교육위원들은 이미 돌입한 인공지능 시대를 아직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어떤 한 분야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등장이 50년 후의 일이 아니라 이제 2030년이면 있을 수도 있다는 어느 컨퍼런스 강의자의 경고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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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