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부 출범 2년
▶ 4월 수출 14%↑·1분기 1.3% 성장
▶고용도 살아나 거시경제 회복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둔 4월, 수출이 전년 대비 13.8% 급증한 56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되살아난 반도체에 자동차까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대미 수출액(114억 달러) 역시 사상 최대였다.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내수도 꿈틀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시장의 예상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특히 경제를 이끄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3월의 경우 취업자 수 증가 폭(17만3,000명)에 아쉬움이 있지만 15세 이상 고용률만 따지면 62.4%로 1982년 이래 3월 기준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물가를 제외하면 큰 틀의 거시경제 지표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외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영업 사원 1호’로서 실용 외교를 중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외교 순방은 중동에서 ‘잭팟’을 터트리기도 했다. 해외 순방 세일즈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한국에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0조 원에 가까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글로벌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로부터는 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안보 동맹을 높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경제적 실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상당히 민첩한 경제외교정책을 추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전 재정 기조 확립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선거를 앞두고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식의 현금 살포 유혹에서 벗어나 건전 재정을 중시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에는 세제 지원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부동산 공시 가격 현실화를 전면 폐지하고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불리던 각종 부담금을 개혁한 것도 시장주의적 경제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시장경제를 회복시켜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맞춘 경제정책 기조는 바람직했고 같은 맥락에서 기업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며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른 면이 있어 임기 말까지 흔들리지 않는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생 최우선 정책도 힘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까지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며 경제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1월 10일)를 시작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본격화와 철도·도로 지하화 추진(1월 25일), 그린벨트 해제(2월 21일) 등을 통해 규제를 풀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도 큰 성과다.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선언하고 이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증시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석 교수는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믹스 정책으로 합리적인 정책을 설정하고 정치적 이해를 따지지 않고 반도체 등의 미래 투자에 나섰다”며 “시장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설정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으로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언했던 연금과 노동, 교육 등 구조 개혁은 시작도 못 하고 있다. 1분기 ‘깜짝’ 성장을 반길 만큼 내수가 회복되지 않았고 원·달러 환율도 1,370~1,380원대를 오르내리면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크고 사과·배 같은 과일과 채소값 폭등에 장바구니 물가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가 2%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한국은행 역시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같은 ‘3고’ 우려에 통화정책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지금의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경우 내수 기반이 흔들리고 부동산 경기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3월 법인세가 지난해보다 5조6,000억 원가량 덜 걷힌 것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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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