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카피 인생을 살지 말라’

2024-05-0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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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죽기 전에 두 아들, 오모보노와 프란체스코에게 애써 키운 가업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두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업을 다 들어 먹고 망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아들이 아버지가 남긴 기술을 모방하고 베끼기에만 급급했지 더 이상의 경지를 이루려는 창의적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인의 어깨위에서 겸손하게 새 출발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암묵적 지식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순 없다. 바이올린 명장 스트라디바리의 신비한 비밀은 안일한 두 아들 때문에 영원히 무덤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헨리 힐의 ‘Antonio Stradivari’중에서)

창의적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가. 이 세상을 위하여 무엇인가 공헌을 하고 싶은가. 남이 이룬 성취를 바라보고 질투하거나 흉내 내지 말라. 질투와 모방으로는 진리와 진실을 붙잡지 못한다. 그대가 만일 저 언덕의 삼나무가 되지 못한다면 산비탈에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가 되라. 무엇이 되든지 자기가 되라. 남의 것을 주워 모으는 모자이크 인생을 살지 말라. 너만의 장인(匠人)이 되라. 자기만의 색깔과 자기 몰입이 리더에게 생명이다.


야곱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였다. 그래서 야곱은 가는 곳마다 인간관계의 부침이 많았다.
이기주의자 야곱이 새 이름을 얻고, 새로운 자아를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은 홀로 경험한 두 가지 신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벧엘에서 환상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것이다. 둘째는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독대하여 기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겪는 체험 중에는 타인과 함께 있으면서 겪는 체험이 있고, 홀로 있을 때에만 겪을 수 있는 신비한 체험이 있다.

홀로 있을 때 사람의 의식의 문턱은 낮아진다. 잠자던 무의식의 세계가 눈을 뜬다. 그때 지금까지 듣지 못하던 음성을 듣고, 보지 못하던 새 것을 보고, 한 번도 가지 못한 새 길을 간다.

똑같은 진흙을 가지고 장이는 항아리를 만들고 장인은 청자와 백자를 굽는다. 겉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담겨있는 몰입의 정신이다. 혼이다. 내용과 질이다. 꿈이다. 비전이다. 겉은 초라해도 상관없다. 창의적이고 의미있는 삶을 살고싶은가. 깊은 계곡의 산삼처럼 내공을 깊숙이 응축시켜라. 군중이 몰려가는 넓은 길을 피하라. 남이 꺼리는 길, 좁은 길로 가라. 남이 흉내 내지 못하는 자기만의 자기가 되라.

밤하늘의 별이 수없이 많이 떠 있어도 제각기 모양이 다르다. 제각기 다향한 모양이 서로 조화와 협력을 이루며 우주의 균형을 도모한다. 리더도 그래야 한다. 자신의 영혼을 먼저 높이 들어 올리고 난 후에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

세상은 그런 사람을 성자라고 부른다. 바울은 말했다. “내가 이미 이루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당신은 리더인가. 무책임한 동화(同化)를 경계하라. 카피 인생을 살지 말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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