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4-05-03 (금) 이영묵 문인
크게 작게
오래전 이야기지만 1963년부터 10여 년간 서독의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파견되어 국가 재건의 큰 기여를 했던 과거사를 잠깐 회상해보자. 파견된 그분들 정말 피땀으로 보국했다고 해야겠다. 서독의 에르하르트 총리가 그분들의 근면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일차 무상원조 후 국가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상업 차관을 할 때 담보를 요구하는 해당 은행에서 저당을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봉급을 담보로 받아주도록 은행을 설득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 방문 시 광부, 간호사들과의 만남의 시간에 감사와 격려사를 하려다가 종국에는 모두 애국가를 부르다 대통령부부까지 울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새삼 왜 60여년 전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지금 한국에서 의사가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의사 수를 늘려야 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대통령이 되면 생각이 굳어져버리는지 ‘말로 먹고 살던’ 검사 출신의 윤대통령이 의대 입학생 수를 늘리자고 했더니 의료계가 이를 격렬히 반대했다. 몽니를 부리는 의료계를 상대로 윤대통령이 설득하고 있는데 그 설득하는 말솜씨가 아마추어 수준도 못되어 보인다.

내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어 서울 여행을 취소했다. 의사, 인턴, 의과대학생의 텃세로 파업, 태업 상태라 종합병원은 물론 지방병원들도 문을 닫아 긴급수술도 못 하고 있다니, 서울에 머무를 때 병이 나서 병원도 못가면 어쩌나하는 근심이 여행을 주저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한국이 언제부터 보국은 못하더라도 양심이 말라버린 이 지경이 되었나 의아하다. 의사들은 국민들의 건강이야 ‘내 알 바 아니니 나 몰라라’ 라며 특권의식을 향유하고 있나? 60년전만 해도 의사들이 사고가 난 광산 3,000미터 지하갱도로 내려가 사람을 구하고, 사고 등으로 보기 흉한 사체도 도맡아 씻기고 화장해주는 등 험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나는 대안으로 한국이 의사와 간호사를 외국에서 받아들이면 어떨까 생각한다. 험한 일, 다시 말해서 외과수술 같은 분야의 지망 의사들이 극소수라고 하지 않은가? 소위 험한 직종은 외국에서 초빙하고 한국 의사들은 성형의, 피부 전공의로 정진시켜 수입도 올려주고 한국이 성형 피부 보톡스 메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한국 의학계 분들이 괘씸하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들의 몽니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의사들을 외국에서 초빙해야겠다. 의사 초빙이 절차상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가 아니라 아예 지금 당장이라도 국내든 외국이든 전화나 카톡으로 대면진료라도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 윤대통령 인기가 바닥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기에 남을 설득하거나 양보를 받아내거나 때로는 윽박지를 기술도 있으련만 의료계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 답답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과감할 때에는 과감해야 한다. 의료계와 협상을 그만 두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하자. 예를 들면 이곳 미국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들이 많다. 당장 미국의 의사들 대면 진료를 하도록 제스처라도 해보라 권하고 싶다. 그러면서 거듭 의사들에게 권한다. 의사들은 의사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에 히포크라테스 선서했던 것을 망각하지 말고 사회봉사 정신을 잊지 말라고 말이다.

<이영묵 문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