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배려”

2024-05-01 (수)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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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형국을 볼 때가 있다 이럴 때 누군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돌볼 때 세상의 빛이 되고 환희를 맛보게 된다. 나는 어느 한국 가난한 여인에게 배려를 베풀어 준 아름다운 실화 내용을 소개한다.

한 여성이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았다. 딸은 성년이 되어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모친마저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두 사람은 소유한 물건들을 하나씩 팔아서 생계를 이어갔다.

마침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남편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져 온 보석 박힌 금목걸이 마저 팔지 않으면 안되었다. 모친은 딸에게 목걸이를 주며 어느 보석상에 가서 팔아오라고 일렀다. 딸이 목걸이를 가져가 보여주자 보석상은 세밀히 감정한 후 그것을 팔려는 이유를 물었다. 딸이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는 말했다.


지금은 금값이 많이 내려갔으니 팔지 않는 것이 좋다. 나중에 팔면 더 이익이다. 보석상은 딸에게 얼마간의 돈을 빌려주며 당분간 그 돈으로 생활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내일부터 보석가계로 출근해서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딸은 보석가계에서 일하게 되었다.

딸에게 맡겨진 임무는 감정을 보조하는 일이었다. 딸은 뜻밖에도 그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빠른 속도로 일을 배워 얼마 안가 훌륭한 보석감정가가 되었다.
딸의 실력과 정직성이 소문이 나 사람들은 금이나 보석감정이 필요할 때마다 그녀를 찾았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보석상이 딸에게 말했다. 알다시피 지금은 금값이 많이 올랐으니 모친에게 말해 그 목걸이를 다시 가져 오거라! 지금이 그것을 팔 적기란다. 딸은 집으로 가서 모친에게 목걸이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석상에 가져가기 전에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그것을 감정해 봤다. 그런데 그 목걸이는 금이 아니라 도금한 것에 불과했다. 가운데 박힌 보석도 미세하게 균열이 간 저급한 것이었다. 이튿날 보석상이 왜 목걸이를 가져오지 않냐? 고 묻자 딸은 말했다.

가져올 필요가 없었어요. 배운 대로 감정해 보니 전혀 값어치 없는 목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딸은 보석상에게 그 목걸이의 품질을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 분명한데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보석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말을 믿었겠느냐? 아마도 너와 네 어머니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내가 값을 덜 쳐 주려고 한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아니면 넌 절망해서 살아갈 의지를 잃었을 것이다. 또한 네가 보석감정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보석상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는 교훈을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 스스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절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도, 해보지 않은 경험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인격이라는 것은 편안하고 고요한 환경에서는 절대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아름다운 보석상의 배려로 큰 성공을 이루었으니 감탄 감탄할 뿐이다.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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