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 학생 정학 조치 발표하자 해밀턴홀 기습 점거
▶ 대학측, 캠퍼스 출입 전면통제…“점거 학생들 퇴학”경고
30일 컬럼비아 대학 시위대가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가자지구 전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해밀턴홀 건물을 점거한 시위 학생들이 줄을 당겨 물품 바구니를 끌어 올리고 있다. [로이터]
전미 대학가의 가자전쟁 반대 시위 확산의 진앙지 역할을 하고 있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학생 시위대가 급기야 교내 건물을 기습 점거해 농성에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시경(NYPD) 등에 따르면 30일 새벽 컬럼비아대에서 반전 시위를 벌어지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교내 건물인 ‘해밀턴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29일 오후 2시 대학 당국이 텐트 농성 해산 요구를 거부한 시위 참가 학생에 대해 정학 조치를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해밀턴홀을 기습적으로 점거한 것이다.
시위 학생들은 제지하는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해밀턴홀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NBC 방송 등은 시위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문과 창문을 부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의자 등으로 출입구를 봉쇄하고 가자지구 전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갔다. 건물 창문에는 ‘자유 팔레스타인’ 배너가 걸린 상태이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관련 사업 투자를 처분할 것과 대학 재정의 투명성, 그리고 시위 참여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건물내에서 농성을 벌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캠퍼스 출입 전면 통제에 들어갔다.
대학 당국은 교내 기숙사 거주 학생과 필수 서비스 제공 직원 외에는 캠퍼스내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116스트릿과 암스테르담애비뉴의 출입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출입구는 무기한 폐쇄했다.
컬럼비아대학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교내 건물 점거 학생들은 퇴학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 해산 요구에 응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정학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며 “시위대의 행동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캠퍼스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시위는 평화롭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 입장을 밝혔다.
컬럼비아대 외에도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반전 시위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대에서도 29일 오후 시위대가 클리오홀을 일시 점거하는 등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13명이 체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USC가 졸업식을 취소하는 등 일부 대학들이 5월 졸업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반전 시위가 미 대학가에 크게 번지면서 대학생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들도 초조한 심정으로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저지에 사는 50대 한인은 “유펜(펜실베니아대) 4학년인 딸이 있다. 졸업식이 코앞인데 반전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며 “나 역시 대학 시절에 시위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 대학생 딸의 행동이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밤마다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
다른 한인 학부모는 “대학생 자녀가 시위에 참가하다가 체포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위치 확인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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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