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존’에 팔레스타인 공동체 건설 계획…가자 분할 우려도

거대한 폐허로 변한 가자시티[로이터]
하마스의 무장해제 거부로 가자지구 재건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은 가자내 이스라엘 관할 구역에 먼저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구역을 일컫는 '그린존'에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군이 주도하는 민군협력센터(CMCC)의 엔지니어링팀이 이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린존 내 잔해와 불발탄을 처리하고 있다. 공동체 건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공동체는 더 영구적인 재건이 이뤄지기 전까지 전쟁으로 살 곳을 잃은 주민들에게 주거지, 학교, 병원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공동체는 미래 재건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으며 하마스 관할 구역에 사는 주민들을 이스라엘 관할 구역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하마스를 무장해제하고 가자 통치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지만, 하마스의 반대로 이를 달성하기 힘들어지자 이스라엘 구역 선(先)재건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첫 공동체는 이집트와 인접한 도시 라파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 도시는 지난 5월부터 이스라엘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한 이래 가자를 양분해 관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은 하마스가 통제하는 서쪽에 살며, 이스라엘이 동쪽을 통제한다.
WSJ은 재건 사업을 지원할 후원자들이 하마스가 통제하는 구역에서는 자금을 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하마스를 가자에서 내보내지 않는 한 미국의 부분적 재건 구상이 재건을 시작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다만 후원자들이 이스라엘 구역 내 재건에도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공동체 구상은 가자를 분할할 위험이 있고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이들이 가자를 통치하게 할 수 있어 일부 아랍 국가에서는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집트는 가자 주민들이 라파에 밀집했다가 향후 정세가 변하면 국경을 넘어 시나이반도로 밀려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마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새 공동체에 입주하는 가자 주민들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관할 구역과 그린존을 나누는 옐로라인을 요새화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관할 구역에 재건에 필요한 전기와 수도 시설을 깔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가자를 장기간 통제하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우방들은 가자의 평화를 유지할 다국적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국적군의 구체적인 역할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간단하지가 않다.
이에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으며 하마스에 반대하는 무장 민병대를 활용해 공동체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반(反)하마스 민병대는 이미 그린존에 공동체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다만 가자 주민 다수는 이들 민병대를 정당성이 없는 무법자로 간주하고 있고, 다수 서방 당국자도 이들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세력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은 민병대와 협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WSJ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