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 시대는 끝나
▶ 재정적자 급증, 물가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종적인 금리 수준도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8일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시기는 끝났다고 보면서,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상승이나 하락을 야기하지 않는 이른바 중립금리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립금리는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없으며 경제 여건을 기반으로 추론하는데,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2018년 말 기준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올린 뒤 연준 인사들은 저성장 저물가를 근거로 중립금리가 그 이하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5.25∼5.5%로 올린 뒤 시장에서는 중립금리가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상황에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이는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의미일 수 있고, 현 금리 수준이 크게 제약적이지 않은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뱅가드의 조 데이비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이를 유난히 잘 견뎌내고 있다"면서 10년 전이라면 예상하지 못했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 분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더 높은 중립금리에 대한 확신이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연준은 매 분기 중립금리로 받아들여지는 장기 금리 예상치를 발표하는데, 이 수치는 2012년 4.25%(중앙값)에서 2019년 2.5% 수준으로 내려간 바 있다.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실질 중립금리 수준은 0.5%임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지난달 0.6%로 올라갔으며, 연준 인사 18명 가운데 9명이 중립금리가 0.5%보다 높다고 봤다. 2년 전만 해도 이러한 전망은 2명에 불과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수년간 중립금리로 2.5%를 제시해왔는데, 지난달에는 3%로 상향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가 5%대에 머무르지 않겠지만 2.5%로 내려가지도 않을 것이다. 3∼4%대 어디에서 연준이 멈출지는 여전히 미정"이라고 밝혔다.
중립금리 상승에는 재정적자 급증, 청정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강력한 투자 수요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AI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도 장기 성장률과 중립금리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투자자들은 이미 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선물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향후 몇 년 내에 4%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