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정치인 수신제가

2024-04-24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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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증자가 썼다는 ‘대학’의 첫머리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말이 나온다. 먼저 자신을 잘 다스리고 가정을 잘 다스려야 비로소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고사성어인데,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리이다. 그런데 요즘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들은 수신제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느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면 미 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법정에 서있는 처지다. 그는 앞으로 있을 재판 일정 내내 법정의자에 앉아 좋건 싫건 계속 출석해야 할 입장이다.

공화당 대선주자가 전국을 누비면서 선거 운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이게 무슨 꼴인가. 운 나쁘게 불리한 판결이라도 나온다면 그의 대선가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보도된 것만 보면 그가 법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응책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연루사건 가운데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재판은 그야말로 온갖 추한 사실관계만이 난무할 것이 뻔하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수십 건의 범죄 혐의에 직면한 상태. 대선전까지 계속 재판을 치러야 할 형편이니 그야말로 수신제가에는 실패한 형국이다.

그렇다고 현 대통령 조 바이든의 일가는 깨끗한가. 미 법무부는 바이든의 차남인 헌터에 대한 의혹 수사를 특검 체제로 전환했다. 마침 허씨 성을 가진 한인 2세가 특검을 맡고 있다. 차남 헌터 바이든은 사고뭉치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의 2인자인 부통령이었던 시절 아빠찬스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의 임원이 되어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든의 친동생인 제임스 바이든도 조카와 함께 뒷돈 의혹에 휩싸였다. 중국의 에너지 회사인 CEFC로부터 불법적인 대가성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 비리가 회자되면 될수록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 돌발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신제가에 실패한 미 현직 대통령의 이야기다.

한국은 또 어떤가. 대통령실은 김건희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아져, 4월 총선에서 여당은 크게 심판받은 바 있다. 다음 달 1일 총선에서 힘 받은 범야당 진영이 다수인 국회가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어떻게 될까.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특검 수사로 규명하는 것에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럼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신제가는 어떨까.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서울대 법대 교수의 이야기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수감 중이다. 수감중 건강 악화 등을 고려해 1심의 징역 1년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받았지만 범법은 범법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도 각각 법정에 서야하는 신세다. 이재명 대표는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시킨 혐의로, 김혜경씨는 법인카드를 불법으로 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관련, 측근을 통해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 부당 이득 211억원을 취하게 한 혐의도 있다고 한다. 그의 아들 이 모 씨는 '상습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은 적이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자식과 관련 설왕설래가 있다.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딸의 논문 대필 등 이른바 '스펙 의혹'도 있었다.

수신제가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살아온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내공으로 주변 커뮤니티와 자기가 속한 지역구, 더 나아가 국민들을 유능하게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왜 나냐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믿을만한 지도자감이 아닐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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