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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오르는 금값…“티끌 모아 금테크”

2024-04-24 (수)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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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층 ‘사금 채취’ 인기
▶소자본으로 시작 가능
▶하종일 캐도 0.5g ‘5만~6만원’

▶ 청년층은 ‘순금 챌린지’
▶담배·커피값 모아 ‘땅콩금’
▶수익보단 ‘장기 절약 습관’

자고나면 오르는 금값…“티끌 모아 금테크”

순금챌린지. [렐사씨 제공]

“드르륵, 철썩.”

20일 오전 경기 지역의 한 하천. 8년간 사금을 캐내려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40대 금강산(가명)씨는 이날도 미세사금을 골라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말 그대로 ‘무념무상’이다.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흙탕물에서 ①굵직한 돌을 골라낸 뒤 ②가벼운 흙을 냇물에 흘려 보내는 작업을 무한 반복했다. 돌, 모래가 금에 비해 물에 잘 휩쓸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접시 안에 미세사금만 남기는, ‘패닝’ 과정이다. 얼마쯤 흘렀을까. 패닝에 매진하던 강산씨가 불쑥 접시를 내밀었다. “여기 좀 보세요.” 그의 손이 가리키는 접시 가장자리에 무언가 반짝였다. 강산씨는 “이 노란색 보는 맛에 하는 거예요.”

요즘처럼 경제 시계(視界)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금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마침 금값도 껑충 뛰었다. 22일 한국거래소 공시 기준 금 한 돈(3.75g) 가격은 40만5,000원.


앞서 16일 2005년 거래소 개장 이래 최고가(45만2,000원)를 찍은 뒤에도 여전히 4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등 악재도 산재해 금값은 당분간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금값 고공행진은 금의 투자적 가치도 끌어올렸다. 금 현물계좌를 만들거나 집에 쟁여둔 금을 파는 건 고전적 ‘금테크(금+재테크)’ 방법이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선 ‘사금 채취’ 취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현금챌린지에서 파생된 ‘순금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간단하지만 일확천금 금물 ‘사금 채취’

중장년층은 사금 채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이점에, 하루 채취한 사금량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늘어나는 등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사금잡이(사금을 채취하는 사람)’가 되고 싶은 이가 부쩍 많아졌다. 주요 사금 채취 커뮤니티에는 ‘장소를 추천해 달라’ ‘고수분과 같이 가고 싶다’ 등 입문자들의 질의도 쏟아진다.

사금을 직접 채취해보니 과정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다. 장비는 가슴장화, 패닝접시, 삽, 수동펌프, 슬라이스(패닝을 돕는 철판) 등으로 다양하지만 20만 원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다. 이후 사금이 나올 만한 장소를 찍어 기반암 인근 흙을 긁어내거나 하천 깊숙한 곳 흙을 수동펌프로 뽑아낸 후 패닝으로 미세사금을 골라내면 된다.

기대만큼 ‘돈’도 안 된다. 숙련된 사금잡이가 하루 꼬박 일해 얻는 사금은 0.5g 수준. 요 근래 폭등한 시세로 쳐도 5만~6만 원 정도다. 여기에 채취한 사금 순도에 따라 값이 박해질 수 있고, 깊은 산골에서 작업하는 데 드는 밥값, 기름값도 빼야 한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날이 대부분”이라는 사금잡이들의 말이 괜한 푸념이 아니다.

그래서 사금 채취를 오래 한 사람들은 돈보다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산씨는 “가끔 1~2g짜리 너깃(금덩어리)을 주울 때도 있지만 돈 벌 생각이 강하면 조급해져 금세 실망한다”면서 “주말마다 바람 쐬고, 1년 동안 모은 금으로 아내 금반지 만들어주는 게 낙”이라고 말했다.


■순금챌린지로 빚 갚고, 절약 습관도 들여

금을 통해 진짜 수익을 내려면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은 순금챌린지가 제격이다. 방식은 단순하다. 1~31일까지 숫자가 적힌 속지를 만들고, 각 속지마다 당일 배달음식, 담뱃값, 커피값 등을 아껴 모은 돈을 끼워 넣은 뒤, 이를 저축상자 안에 모으면 된다. 일정 금액이 모일 경우 귀여운 땅콩금 등으로 전환하면 끝.

지난해 금값이 30만 원대를 기록할 당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으로 순금챌린지를 시작했다는 렐사(가명)씨는 “챌린지 덕에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고 현물자산이 계속 오르고 있어 더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현금챌린지처럼 순금챌린지 역시 수익 창출 외에도 절약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1월부터 순금챌린지에 동참한 신선영(35)씨는 “현금챌린지는 돈을 통장에 넣어둬도 가끔 급해 빼서 쓸 때가 있는데, 땅콩금으로 바꿔버리면 이를 방지할 수 있어 더 절약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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