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여당의 역대급 총선 패배

2024-04-19 (금)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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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사월’이라 했다. “나처럼 못난 국민 바보같은 국민이 있어 또다른 역사의 죄인이 되었도다. 진달래 누이. 개나리 소년. 어머니 목련. 화사한 봄 벚꽃이 만개한 사월의 바람에 지는 꽃잎이 나의 피눈물이구나. 아! 슬픈 잔인한 사월의 계절이여” 청강 “허태기”의 애절한 글이다. 총선후 계속 쏟아지는 한탄의 소리들이다.

집권 2년도 안 된 여당이 이처럼 큰 격차로 야당에 패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여당이 크게 패배한 건 야권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물가가 크게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과 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온 정부발 악재들이 맞물려 이러한 심판론이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야기시켰다. 세번이나 비대위를 꾸린 여권 내부 분란은 물론이고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과 명품백 수수 논란, 이태원 참사에 미온적인 처리과정, 의사들의 전면 파업 등 정부와 대통령의 불통, 일방적인 정책 집행이 국민 입장에서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진 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총선은 정부 탄핵에 가까운 여당 참패였다. 임기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와 국민이 궁굼해하는 현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진실을 밝히며 사과할 것은 사과하기 바란다.

범야권 의석수가 개헌, 탄핵 선에 이를 정도인데 이 실체를 인정하지 않기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국민도 대통령을 다시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해 볼때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상생(相生)의 정치를 펼쳤지만 사사건건 비난과 조롱이 도처에서 무성해지면 연유와 맥락이 어떠하든 돌이킬 수 없는 실패한 자도자로 비춰지게 된다. 민심은 도도한 바다다.

권력은 일엽편주(一葉片舟) 한척의 조각배이다. 바다 한복판을 일컫는다. 오만과 객기를 수반하면 해심(海心)이 노(怒)해 배는 뒤집힌다.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다.
특히 22대 예비 후보자중 범죄전력이 430명으로 전과자가 37%나 된다고 하니 품위와 품격이 없는 반칙이 난무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과연 올바른 정치가 생성될 수 있을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이 되었는고. 무엇이 정의이며 무엇이 진실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이념은 어떠하며 민족정기는 무었인가.
오래 전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이 경제는 1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경제는 6.25.전쟁 폐허에서 불과 2세대 사이에 세계경제 10위권 진입으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지금은 국민소득 3만2,000달러 수준으로 OECD 회원의 선진국이 되었다. 그런데 유독 정치만은 4류 소리를 듣고 있다. 정치는 나라를 운영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부류들이 권력과 명예를 앞세워 엽기적인 노회현상의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

‘등용문(登龍門)’이란 황하 상류의 산서성과 섬서성의 경계에있는 협곡의 이름인데 이곳을 흐르는 여울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큰 물고기도 여간해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龍)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용문에 오른다는 것은 극한의 난관을 돌파하고 약진의 기회를 얻는다는 말로 중국에서는 진사(進士)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입신출세의 제일보라는 뜻으로 등용문(登龍門)이라 했다. 우리 정치권도 등용문이 절실하다.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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