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형무 칼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

2024-04-18 (목)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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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일전 직접적인 공중 공격으로 중동이 더욱 더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공격은 이달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커스의 이란 대사관 단지에 속한 빌딩을 공격해서 이란 군 지휘관들을 죽인 것에 대한 반격이다.

이스라엘이 국제 관례상 보호되는 타국 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것이었고, 이란이 그 동안 연결된 외부 단체들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해 왔으나 직접 공격을 한 것도 아주 이례적인 것이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동에서 전쟁이 확산되어 국제적인 전쟁 위기로 번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뉴스의 촛점이 중동 전쟁 확산 위기로 옮아가고 있으나,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은 이스라엘의 6개월 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으로 가자지구 2백30만명 인구의 1.5%에 가까운 3만3,000명이 사망했고 엄청난 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의 전 국토가 황폐화됐고 주택과 병원들이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고 어린이와 어른들이 질병과 굶주림 속에 계속되는 폭격으로 떨고 있다.


이달 초 월드 센트럴 키친 이라는 구호 단체 직원 7명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구호 식량 전달을 위해 이동중 이스라엘 군의 폭격으로 사망하여 바이든 대통령이 “분노하고 상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같은 날 이스라엘에 대한 큰 위력의 폭탄 무기 추가 이양을 승인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지가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구호 단체 직원은 지금까지 200명에 달했고, 언론인도 약 100명이 가자지구에서 취재 활동 중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가자 지구는 길이가 25마일에 폭이 4마일에서 7마일쯤되는 아주 작은 땅의 인구 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폭격을 피해갈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의 잔혹한 테러 공격으로 전 세계가 이스라엘을 동정하며 지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거의 무차별적인 것처럼 보이는 대량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알려 지면서 국제사회 여론에서 이스라엘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은 이보다 더 참혹했어도 지금처럼 시시각각 알려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전쟁의 참혹상이 세계인의 거실로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스라엘이 아무런 힘이 없는 가자지구의 어린이들과 민간인들을 폭격해 살상을 당하는 뉴스와 사진들이 매일 보도되면서 팔레이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찰스 슈머 미 상원의원은 이스라엘의 강경파로 알려진 네타냐후 수상이 평화의 장애라고 선언하며 이스라엘인들에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네타냐후는 미국의 절대적인 지지와 무기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 동안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을 최소화하고 인도적 지원을 가로막지 말라는 미국의 요청을 외면해왔다.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각료 중에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다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파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다.

유럽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 폭격과 민간인 대량 살상을 비판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조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는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발로 향토인으로 사랑받던 바이든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분위기가 냉각되었다.

사우스 아프리카인들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사우스 아프리카인들이 과거 백인 정부하에서 겪었던 “아파테이드” 차별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사우스 아프리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 대량 학살을 하고 있다고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다.

수세기에 걸친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약자가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안다. 사우스 아프리카의 흑인들은 인종적인 이유만으로 백인들로부터 극심한 차별을 오래 겪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황을 자신들의 과거 상황과 연결시켜 생각한다.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 만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안다고 한다.

<최형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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