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새로운 이슈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이 있어 그야말로 웃음과 행복 바이러스를 가득 담고 있는 재미있는 지인이 있다. 항상 긍정 마인드인 그녀지만 카페에서 시니어 디스카운트를 받고부터 충격을 받아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기분을 달래주느라 진땀을 빼면서 그것을 계기로 시니어의 기준을 알아보게 되었다.
주마다 시니어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카페나 패스트푸드 점도 각각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맥도널드는 55세 이상이면 10% 할인을 해주고 버거킹은 60세 이상을 할인해 준다.
물론 공식적인 은퇴 시기나 메디케어 건강보험 같은 정부에서 규정해 놓은 시니어 나이는 62세 또는 65세로 그 또한,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주택도 55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시니어 타운이 따로 있고 일반 회사도 은퇴 시기가 다르지만, 시니어의 시작점이 바로 55세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가 변하고 현대 의학을 거치며 2024년 현재 55세라는 나이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젊은이 못지않은 세련된 외모와 활기차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어 누구도 시니어 입문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한국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외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한 장소가 대중화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젊음을 유지하기가 용이하다. 저렴한 시술 비용도 한몫하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부를 관리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머리 손질을 위해 헤어샵에 가는 것처럼 피부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피부과에 다니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있으니 오히려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라고 한다.
한국의 대중화된 성형은 성형 천국이라는 오명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임상 실험으로 인한 데이터가 많은 나라가 되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장점도 있다. 공장에서 인형을 찍듯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의사의 메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들의 의술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한국인의 외모를 단박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시니어는 미국의 시니어와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성형이나 피부과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간단한 시술이나 정기적인 피부 미용 관리라는 인식이 낮아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일반적인 도시에는 개인 병원이 많지 않고 임상 실험 부족으로 비싼 돈을 들인다 해도 만족할만한 예후가 나오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은 의사가 부족한 나라다. 예를 들어 일 년에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미국 전체에서 180명, 평균적으로 한 주에 3명만이 성형외과 의사가 된다는 말인데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어려운 실정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리 흔하다는 보톡스 한 번 맞아보지 못한 중년이 태반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곱씹으며 젊음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데 누군가가 ‘할머니'라 부르며 시니어 대우를 한다면 준비되지 않는 마라톤 시합에 슬쩍 밀어 넣어진 입장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회가 변했고 의식이 변한 시점에 구태의연하게 아직도 55세 이상은 시니어라는 나이테를 둘러놓고 늙음의 프레임을 사회적으로 씌워놓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학년마다 이름을 정해서 부르는데 정작 사회에 나오면 이름이 없어지다 갑자기 시니어라는 이름을 붙여 젊음에서 늙음이라는 단번에 구분해 버린다.
그것도 사회가 규정해 놓은 메스를 들이대며 55세를 그 시작점으로 ‘자 당신들은 시니어입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젊음을 반납하고 늙음의 기차에 승차하십시오. 젊음을 가장하지 마시고 분수껏 늙음을 즐기십시오’라는 경고장을 날리는 듯 불쾌한 생각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시니어는 말 그대로 인생의 후반부를 달리는 나이 든 노인 부류를 규정하는 말인데 55세가 인생의 후반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우주의 시간을 규칙으로 삼아 굳이 나이로 인간을 구분한다면 25세 정도까지를 1학년 프레쉬맨, 50세 정도까지를 2학년 서포모어, 75세까지를 3학년 주니어 그리고 75세 이상을 4학년 시니어로 부르는 게 좋을 거 같다. 100세가 넘어야 5학년 즉 대학원생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구분된다면 55세는 이제 막 주니어에 들어선 주니어 신입생이라 불리는 게 맞을 것이다. 아! 얼마나 바람직한 인간계 나이 구분인가?
이 글을 쓰게 한, 충격을 한참이나 받았던 그 지인은 그 뒤로 외모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항상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스타일로 꾸미려 신경을 쓰고 마인드 또한, 아줌마가 아닌 미시족 같은 생각을 하려고 은연중에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나뭇가지 끝 작은 봉오리 새싹은 어느덧 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날아온 모양이다. 그 푸름을 잡고 훌쩍 뛰어오르면 만개한 꽃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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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엘리콧시티,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