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붙은 금·유가·물가…중동사태에 세계경제 ‘패닉’

2024-04-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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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이스라엘 공격 파장

▶ 5개월만에 ‘6월 선물’…$90 넘어
▶중동 봉쇄 땐 130달러 전망
▶가상화폐 폭락, 금·은 최고치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주요국 금리 조정 등에 연쇄적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날 6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유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중동이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유가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충돌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주요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질 경우에는 유가 상승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최근 2년간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유지돼 왔는데,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에 말했다.

유가 불확실성은 안 그래도 고물가와 씨름 중인 세계 각국에 추가 물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 발발 직후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물가는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진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비트코인 7% 급락했다 반등$ 금값은 상승세

이란이 실제 이스라엘 공격에 나선 13일 뉴욕증시는 열리지 않은 가운데 연중무휴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전날 6만6,00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대장주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6만2,000달러 아래로까지 약 7%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일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했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묶이는 은도 같은 날 현물 가격이 온스당 29달러대까지 올라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역시 상승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자산관리사 톨토이즈의 로버트 터멜 포트폴리오매니저도 “현재 유가에는 중동 리스크가 5~7달러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추가로 5~10달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며 “이는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 양상에 치달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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