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정성껏 돕다

2024-04-14 (일) 길종언 8대 이사장(200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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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한인복지센터 50년 스토리 ⑥

1978년에 이민와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1980년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치고, 발표를 기다리던 동안 옷가게에 취업하여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나에게 일자리를 주신 분이 당시 워싱턴한인봉사센터에서 이사로 계신 김기영 이사장님이었다. 김 이사장님은 이민생활 초년생인 나에게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많은 정보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던 나는 자연스럽게 교회에 등록하였고, 이민 생활은 회계 사무실-가정-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별히 교인들이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그 당시 봉사센터 이사였고, 미국 장로교회 수도노회 노회장으로 섬기신 김응창 장로님을 만나뵙고 신앙적으로 성숙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배우게 되었다.

회계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워싱턴한인봉사센터 회계 감사 업무가 맡겨졌다. Auditor로 몇년 일하면서 봉사센터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 후에 김기영, 김응창 장로님께서 봉사센터 이사로 일하면 좋겠다고 권고하셔서 내 이민자 삶에 멘토이신 분들의 권고이기에 Auditor로서의 Job을 내려놓고 이사로서 봉사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사회봉사를 통해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고 느껴왔던 내게 사회 봉사기관을 통한 이웃사랑을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던 것 같다.


이사장 직분을 맡은 후 2008년 경에 버지니아 텍에 다니던 조승희씨의 총격사건이 터졌다. 당시 한인사회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조승희씨의 정신병이 문제였다고 보도되었다. 이에 봉사센터에서는 Fairfax County에 정신건강 프로그램 그랜트를 신청해서 받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인사회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사장으로 있던 동안 2008년 정부 예산이 감축되면서 비영리 단체에게 주어주는 Grant가 삭감되어 많은 비영리 기관들이 문을 닫고 예산을 줄여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었다.

우리 봉사센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산을 크게 줄여야 했다. 당시 고인호 재무이사와 다른 이사님들과 의논하여 직접적인 고객서비스와 가장 거리가 있는 포지션을 줄이고, 직원들의 봉급을 예산 형편에 맞추어 삭감하자고 제시했고, 직원들도 다른 대안이 없었던 관계로 수긍을 했는데, 이 때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 바로 종전의 봉급선으로 복귀시킬 것이란 약속을 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지 일년 안에 모든 직원, 이사들이 함께 노력하여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이런 어려운 문제가 닥칠 경우에 대비하여 어떻게 준비해야할 것인가를 심도있게 논의하였고, 그랜트 신청을 전문화할 개발 디렉터(Development Director)를 채용하여 그랜트 신청의 다변화를 도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다행히 이사중 한분의 헌금과 그 업무를 맡아 처리할 적임자를 하나님께서 채워주셔서 2014년 이후 복지센터 활동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50주년을 맞은 복지센터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까?
KCSC는 Korean Community Service Center이다. 따라서 한국 이민자들이 나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가 나누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Funding Sources가 Government Grant 중심으로 이루어지니, Multi-ethnic Group을 대상으로 Service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나갈 방향을 Grant 중심으로 다민족에게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과 한인들이 헌금하여 한인들을 위한 고유의 업무를 개발하는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이사들은 이 두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어 한인들을 위한 희년기금(Jubilee Fund, 가칭)이 마련되어 활발하게 워싱턴한인복지센터가 움직였으면 좋겠다.

지난 3월 초에 있었던 이사, 직원 합동 Retreat에서 이 내용이 다각도에서 검토되었는데 앞으로 이 내용들이 보충되어 가면서 ‘갚을 능력이 없는 부족한 사람들을 정성껏 섬기는’, 한인사회와 우리가 함께 지내는 다민족들에게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전문 사회복지 기관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가기를 기도드린다.

<길종언 8대 이사장(200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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