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소 철회 고려” 어산지 ‘자유의 몸’ 되나
2024-04-12 (금) 12:41:33
▶ 위키리크스 설립, 기밀 유출 혐의
▶ ‘모국’ 호주 정부 요청 수용 시사
정부·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담은 기밀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53)가 12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에서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자 정치적 망명에 나섰고, 현재 영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어산지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기소 철회’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미국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 대신 고국인 호주로 돌아가 석방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10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일본 정상회담 환영식 후, ‘어산지 기소를 중지해 달라’는 호주 정부 요청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미국 정부에 수년간 이 같은 요청을 해 왔고, 지난 2월 호주 의회도 어산지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의외로 여겨진다. 어산지는 2010, 2011년 미 육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37) 일병이 빼낸 미군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게시했다. 여기에는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미군의 전쟁범죄 △관타나모수용소 내 인권 침해 등 미국의 부도덕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후 매닝 일병은 징역 35년형이 선고됐고, 어산지는 2012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도피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산지가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11월 대선 전략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라는 것이다. 어산지의 폭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수정헌법 1조(언론의 자유 보장)를 들어 그에 대한 기소를 보류했다. 매닝 일병도 2017년 징역 7년형 감형과 함께 석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