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마다 이맘때 고개 드는 대학 장학금 사기

2024-04-08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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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FSA 지연에 장학금 신청 관심 높아져
▶약간의 의심과 신중함만으로 얼마든지 방지

▶ ‘합법·불법·단순 광고’ 가리는 매의 눈 필요
▶부모가 적극 도우면 피해 줄일 수 있어

해마다 이맘때 고개 드는 대학 장학금 사기

장학금이 절실한 학생을 노린 사기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FAFSA 지연으로 장학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올해 관련 사기가 더욱 늘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

대학 입학 합격 통보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를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진학할 대학을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학비다. 일부 대학은 두둑한 학자금 지원을 제공하지만, 학생 본인 부담 비율이 높은 학교도 있다. 이때 절실한 것이 바로 장학금이다. 갚을 필요 없는 장학금은 대학 학비 마련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지만 이를 노린 사기도 해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U뉴스앤월드리포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장학금 신청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광고 이메일만 쏟아져

조이슬린 피어슨는 11학년 재학 시절 매일 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여러 장학금을 신청했다. 장학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짧은 에세이 작성에 약 15분이면 충분했다.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장학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욕심에 피어슨은 다양한 장학금 신청에 나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메일에 장학금 수여 기관을 자처하는 기관에서 보내온 이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모두 그녀가 기대했던 장학금 제공에 대한 내용은 없고 대부분 광고성 이메일이거나 회원 가입을 요구하는 이메일로 가득했다.

손품을 팔면 팔수록 장학금 기회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피어슨은 액수가 적더라도 합법적인 기관이 제공하는 장학금인지를 먼저 확인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대학 장학금 정보업체 스칼라십 시스템을 설립해 현재 CEO를 맡고 있는 피어슨은 “장학금 신청 절차는 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믿기 힘들 정도로 쉽게 받는 장학금이 없다는 것만 깨달아도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라고 충고한다.

전문가들은 신청할 장학금을 선정하고 개인 정보를 제공할 때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인 장학금 사기는 광고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입수한 개인 정보를 제삼자에게 판매할 목적이 많다. 이 보다 더 심각한 장학금 사기의 경우 은행 계좌 정보나 소셜 시큐리티 번호까지 요구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청도 안 했는데 선정?

나날이 치솟는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장학금 기회를 검색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장학금 사기 범죄의 주요 고객(?)이다.

대부분 고등학생인 이들은 경험 부족, 취약성, 절박함 등 범죄 피해자가 갖춰야 할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연방학자금지원 무료신청서’(FAFSA) 지연으로 학자금 마련에 필요한 장학금 신청에 관심이 더욱 커져 관련 사기 피해도 늘 것으로 우려된다.

불법 업체나 사기 범죄자들은 교묘한 단어 사용으로 합법적인 단체처럼 위장하고 높은 액수를 제시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유인한다. 학생들이 관심 보일만한 내용의 이메일을 미끼로 던진 뒤 피해자의 입질만 기다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이 같은 장학금 사기 피해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합법적인 장학금인지 아니면 사기인지를 구분하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가장 주의해야 할 이메일은 신청하지도 않은 장학금에 선정됐다는 이메일이다. 장학금을 보장하거나 장학금 신청을 위해 수수료를 먼저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합법적인 장학금 수여 기관은 수수료나 신청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에세이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 장학금’(No Essay Scholarship), 또는 ‘추첨에 참여하세요’(Enter to Win)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이메일도 주의 대상이다.

장학금이 제공되더라도 단순히 참가자 숫자만 늘리려는 일종의 마케팅 수법으로 당첨 확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거나 거의 없다. 이들 장학금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자격이나 성적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행운에 의한 선정이다.

이메일 내용이 이상하다고 느껴지거나 오자 등의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단체의 웹사이트를 확인해야 한다. 불필요한 신상 정보를 요구하거나 해당 단체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적은 경우에도 장학금 신청을 멈추고 합법적인 단체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적극 도와야

장학금 관련 사기는 다른 사기에 피해보다 발생 사례가 적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해마다 수백 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보고된다. 은행 계좌 정보, 소셜 시큐리티 번호 등 신분 도용 범죄 피해가 예상되는 정보를 요구하는 장학금을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한다.

성적 우수 장학금이나 학자금 지원을 위해 대학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외부 장학금 수여 단체가 장학금 수상자를 선정하기 전에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학 입학 준비를 위해 바쁜 자녀의 장학금 신청을 부모가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회 경험이 많은 부모가 신청할 장학금을 선정하고 합법적인 단체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맡고 자녀는 에세이와 신청서 작성을 담당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연방교육국이 제공하는 연방 학자금 지원이나 연방 학자금 정보 등 신뢰할 만한 정보를 통해 학자금을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대학 학자금 담당 부서를 통해서도 대학이 제공하는 장학금 및 학자금 지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 카운슬러도 신뢰할 만한 장학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창구다.

장학금 관련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되면 ‘FTC’(https://www.ftc.gov/media/71268)나 ‘소비자재정보호국’(CFPB) 웹사이트(https://www.consumerfinance.gov/complaint/)를 통해 신고해야 한다. 불법으로 의심되는 단체에 은행 계좌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도 해당 은행에 즉시 연락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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