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워싱턴한인복지센터 50년 스토리 ⑤

2024-04-07 (일) 김진아 13대 이사장(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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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센터를 꿈꾸며

워싱턴한인복지센터가 봉사센터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1974년은 나에게는 아득한 옛날이다. 그해에 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했고, 6년후인 1980년도에 가족 이민을 왔는데, 어찌하다 보니 아무런 연고도 없는 텍사스의 작은 도시인 포트워스라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영어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전화번호부(White Page)에서 KIM이란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무작정 전화를 해서 ‘혹시 한국분이신가요?’하며 필요한 정보를 받아서 시작한 이민 생활이었다. 참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나는 ‘사막에서도 한국 사람만 찾을수 있다면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4년도에 워싱턴한인봉사센터를 정용철 목사님께서 창립하셨다. 이민오는 곳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고, 영어로 소통도 힘든 상태에서 미국에 온 이민자들을 공항에서 픽업해주고 아파트 임대, 아이들 학교 등록, 생필품 구입하여 가족의 삶을 터전을 잡을 때까지 아낌없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당시 봉사센터가 설립된 목적이고 주요 서비스였다고 한다. 50년이 지난 현재는 봉사센터가 복지센터로 그 이름도 바꾸고, 한인 이민자들 뿐만아니라 다른 아시안 이민자들에게까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싱턴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전문 사회복지기관으로 성장하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출세해서 돈을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2007년에 복지센터의 이사가 되기 전까지는 ‘내가 받은 축복을 나누는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복지센터에 들어오고부터, ‘나눔은 꼭 내가 풍족하고 충분히 성공한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한 삶을 실천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특별히 50년전 봉사센터를 설립하신 분들, 봉사자분들의 삶에 대해서 선배 이사님들을 통해 들으면서, 본인들도 어려웠던 이민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고 물질을 나눔으로써 갓 이민온 분들을 도우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귀한 헌신이 씨앗이 되어 오늘날 우리가 그 값진 열매들을 누리고 있으니, 그분들의 귀한 나눔의 삶 앞에 숙연히 머리가 숙여진다.

이분들의 삶을 생각하다 보니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한국 속담이 떠오른다. ‘콩이 많이 모이면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콩한쪽이라도 나눌때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콩 한쪽을 나눠먹고 싶은 마음이 50년전 봉사센터의 설립 정신인것 같다. 좀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어려워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바로 ‘인정’이다. 그리고 이 정신은 이민 1.5세, 2세인 현재 이사들에게 물려졌고, 이제 이것을 다음 3, 4세대의 이사들에게까지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이다.


앞으로 복지센터를 이끌어갈 차세대 이사들의 개발과 영입을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레 나의 관심은 우리 복지센터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젊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소망을 주고, 이 청소년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찾아오는 복지센터로 성장해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난 50년간의 복지센터 역사가 이민 1세대, 1.5세대 성인과 노부모님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매진해온 역사였다면, 앞으로 50년은 그 조부모,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2세, 3세 청소년들의 복지 증진과 성장의 ‘보고’로서 자리매김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애환과 고민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어려움들을 Korean Community라는 큰 도가니 안에서 마음껏 나누고 경험하고 위로받고 격려받으며, 함께 2세들이 그곳에 가서 함께 배우고 봉사하고 교제하며 2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곳, 그리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문화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공연장까지도 갖춘 그런 자체 건물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들이 대학에서 요즘 한류에 젖어있는 미국친구들에게 한국을 자랑한다.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동양인 한명도 없는 학교에 다니면서 코리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한국을 어떻게 설명할 줄 몰랐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복지센터가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아주 좋은 입지에 있다고 본다.

한류를 자랑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코리안-아메리칸임을 자랑하고, 미 주류사회의 리더들로 자라 다른 이민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이민자들의 롤모델이 되게끔 자라가는 데 워싱턴한인복지센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날을 꿈꾸어본다.

<김진아 13대 이사장(202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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