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불이익

2024-04-04 (목) 라니 오 일등부동산 뉴스타 세무사·Principal Br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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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정책에 아주 큰 제동이 걸리게 생겼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 다른 나라들도 도입이 시급한 너무나 훌륭한 정책을 어쩌면 앞으로는 더 이상 실행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제야 조금씩 매물이 늘어나고 바이어들이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는 마당에 집을 구입하고자 하는 바이어들에게 아주 큰 불이익을 안겨주는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 곧 시행될 위기에 처해있다.
미국 부동산과 한국 부동산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미국 부동산은 정책적으로 부동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셀러가 바이어를 도와준 부동산의 비용을 대신 내 주는 전통이 있다. 이런 전통은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1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방식이다.

그럼 도대체 왜 셀러가 바이어 부동산 수수료를 대신 내줬던 것일까? 그리고 이런 방식이 왜 부동산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이었을까? 일단 이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서는 바이어가 집을 구입할 때 어떤 비용이 드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일단 바이어가 집을 구입하고자 하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다운페이다. 은행에서 모기지를 받더라도 10%에서 20%정도의 다운페이를 가지고 있어야 집 구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리고 세틀먼트를 할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이 주와 카운티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집 가격의 2.5%에서 4%까지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만약 50만 달러짜리 집을 구입하는데 10% 다운페이만 한다고 가정하면 일단 다운페이로 5만 달러가 필요하고 세틀먼트 비용으로 최소 1만2천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이어는 집을 구입하게 되면 이사비용도 필요하고 집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수리도 해야 하고 가구도 장만해야 한다. 집을 구입한다는 게 단순히 다운페이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부동산 수수료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그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되고 그 비용만큼 준비가 되지 않는 바이어들은 집 구입을 미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셀러가 집 가격에 부동산 비용을 얹어서 집을 팔게 되면 바이어는 부동산 수수료에 대해서만큼은 융자를 받아서 30년간 나눠 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 50만 달러짜리 집이라면 집 가격이 50만 달러고 부동산 수수료 1만2,500달러를 더해서 총 51만2,500달러가 되는 것이다. 집 가격이 처음부터 51만2,500달러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집 가격은 50만 달러이고 여기에 대납해주는 부동산 수수료 1만2,500달러를 얹어서 집을 팔려고 내놓을 때 리스팅 가격은 51만2,500달러로 마켓에 나오게 된다.

따라서 비록 셀러가 바이어측 부동산 수수료를 대납해 주지만 집 가격에 수수료를 더한 후에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결국 셀러는 금전적인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셀러가 바이어 부동산의 수수료인 1만2,500달러를 내지 않을 계획이라면 집을 리스팅할 때 리스팅 가격은 51만2,500달러가 아니라 수수료 1만2,500달러을 뺀 50만 달러에 리스팅해야 한다.

이런 계산법이 우리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책적으로 바이어의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서 부동산 구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셀러가 바이어 부동산 수수료를 대납해 왔던 것이다. 이 정책이야말로 미국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이런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리스팅 가격에 바이어 부동산 수수료를 얹어서 팔고 세틀먼트 때 바이어를 대신해서 수수료를 지불해주면 끝난다. 과연 이보다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이 있을까 한다.
문의 (410)417-7080, (703)899-8999

<라니 오 일등부동산 뉴스타 세무사·Principal Br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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