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팬데믹에 휘청했던 미국 경제 완연한 회복세

2024-04-01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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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까지 치솟은 실업률 장기간 4% 미만
▶사상 최고 저축률, 보복 소비로 큰 폭 하락

▶ 급감한 크레딧카드 부채 최근 천문학적
▶식료품 가격 안정됐지만 팬데믹 이전 25%↑

팬데믹에 휘청했던 미국 경제 완연한 회복세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 바로 주택 가격이다. 주택 가격은 지난 4년간 무려 48% 급등한 끝에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4년 전 오늘 무려 2,0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휴지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경험도 했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 위기 현상들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의해 휘청거렸던 미국 경제가 4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안정을 찾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경제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빠른 경제 회복은 여러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 경제 분야에서 나타난 변화를 살펴본다.

■고용 시장

팬데믹 초기 고용 시장은 붕괴 직전이었다. 해고가 급증하고 많은 기업이 업무 시간을 줄이면서 실업률은 치솟았다. 팬데믹 직전 4%를 밑돌던 실업률은 2020년 4월 단숨에 14.8%로 뛰었다. 이후 수년간 고용 시장은 그야말로 극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갑을 열어준 덕분이다. 지난 2월 27만 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되면서 4% 미만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최장기간 이어졌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고용이 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환자와 노인 인구 증가로 의료 부문 고용 시장은 지난 4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팬데믹 기간 급증한 온라인 사용자 수용을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선 첨단 기술 분야는 최근 대규모 해고에 나서고 있다. 고이자율로 사업 확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실업률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

팬데믹 직후 많은 근로자들의 월급봉투가 두둑 해졌다. 많은 기업이 직원을 찾기 위해 서로 경쟁했기 때문이다. 2020년 1분기 367이었던 정규직 근로자의 주급지수(인플레이션 반영)는 2020년 2분기 393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임금 상승은 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쇄됐다.

많은 근로자들이 전보다 많은 임금을 받았지만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인력난이 해소되고 기업 운영비가 낮아지면서 최근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나타났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추월하면서 근로자들의 소비력이 개선되고 있다.

■저축


자택 대기 명령으로 여행, 외식 등 지출 계획을 취소한 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강제 저축 효과로 2020년 4월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사상 최고치인 32%를 기록했다. 이후 정부 재난 지원금과 실업 수당 지급이 늘면서 미국인의 은행 계좌에 돈이 쌓여갔다.

그러나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이른바 보복 지출이 늘면서 저축률은 다시 떨어지고 있다. 여행, 외식, 콘서트 등 비필수 항목 지출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식료품,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 필수 항목 지출을 위해 비상 자금에 손을 대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2023년 12월 저축률은 4%로 2019년 1월 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크레딧 카드 부채

팬데믹 초기 지출 급감 현상으로 미국인들의 대출과 크레딧 카드 사용이 크게 줄었다. 각종 정부 지원금과 학자금 대출 상환 중단 조치 등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된 뒤에도 한동안 미국인의 부채 규모는 늘지 않았다.

그런데 최악의 인플레이션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 크게 오른 물가를 부담하기 위한 미국인들이 어쩔 수없이 다시 부채를 늘려가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3년 말 미국 가계 부채는 총 17조 5,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모기지 대출, 자동차 대출, 크레딧 카드 대출 연체율까지 상승하고 있어 미국 경제가 바짝 긴장 중이다.

■식료품 가격

수퍼마켓에 가면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팬데믹 초기에 급등한 밥상 물가가 고집스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공급망 대란과 인력난에 수요 폭등까지 겹치자 식료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 이변, 대규모 조류 독감 발생으로 식료품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현재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은 4년 전에 비해 약 25%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들어 일부 식료품 가격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쌀, 우유, 육류, 과일 가격이 올해 낮아졌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도 식료품 가격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솔린 가격

개솔린 가격은 외출과 사업 운영 감소로 팬데믹 초기 하락했다. 그러다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폭등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4월 갤런 당 1달러 84센터까지 떨어졌던 개솔린 가격은 2022년 6월 무려 4달러 93센트로 치솟았다.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최근 개솔린 가격은 안정을 되찾았다.

개솔린 가격 비교 사이트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 한 애널리스트는 “세계 정제 산업 상황이 개선되고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올해 개솔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개솔린 가격이 계절적 변동 외에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가격

지난 4년간 가장 많이 오른 것이 바로 집값이다. 팬데믹 기간 주택 구입 광풍이 불면서 주택 가격은 무려 48%나 급등했다. 그런데 최근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주택 가격 둔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집값이 너무 오른 데다 모기지 이자율까지 치솟자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은 2022년 4분기 55만 3,000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49만 2,000달러로 약 11% 하락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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