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고차 시세보다 대출 잔액 높은 깡통 차량 급증

2024-04-01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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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가격 급등으로 대출 잔액 매년 높아져
▶차량 월 할부 금액 평균 739달러로 사상 최고

▶ 대출 만기 줄이고 새 차 구입 유혹 떨쳐야
▶실제 가치와 대출 잔액 간 차이 보상‘갭’보험

중고차 시세보다 대출 잔액 높은 깡통 차량 급증

차량 가격과 이자율 급등으로 대출 잔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높은 깡통 차량이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

필자의 2006년형 미니밴을 대신할 차량을 찾는 데 거의 3년이 걸렸다.‘제조업체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수천 달러에서 많게는 1만 달러가 넘는 딜러 판매 가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시간이 걸렸지만 적정한 가격에 나온 하이브리드 차량을 결국 찾았다. MSRP보다 높은 가격표가 붙은 차량을 사지 않겠다는 마음이 확고했다.

수요가 높은 차량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돈벌이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부채만 늘리기 때문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기간 공급망 대란과 칩 생산 제한으로 차량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다”라며 “그로 인해 자동차 대출 규모가 부풀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차량 가격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MSRP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 외에도 현재 보유 차량을 트레이드 인 해야 하는 소비자는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자동차 대출 잔액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 차량’을 소유한 차량 소유자가 늘고 있어 차량 구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대출 잔액 중고차 시세보다 높은 깡통 차량 증가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신규 차량 구매자 중 절반은 보유 차량을 트레이드 인 하는 구매자다. 지난해 4분기 트레이드 인을 통한 신규 차량 판매 중 약 25%가 깡통 차량을 트레이드 인 했던 판매로 조사됐다. 깡통 차량 트레이드 인 판매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4분기 17.7%, 2021년 14.9%에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신규 차량 구매자가 트레이드 인 하는 차량의 대출 잔액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트레이드 인 차량의 평균 대출 잔액은 2021년 4분기 4,143달러, 2022년 4분기 5,347달러, 작년 4분기 6,064달러로 해마다 상승세다. 최근 몇 년간 급등했던 중고차 가격을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이반 드러리 에드먼즈 디렉터는 “중고차 재고가 씨가 말랐던 최근 1~2년 신규 차량 구입 가격에 중고차를 매입하는 중고차 딜러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구입 기간이 짧은 차량일수록 중고차 가격 하락폭이 큰 편이다. 1년 된 중고차의 평균 매매 가격은 3만 8,720달러로 신규 차량 구입 가격보다 무려 6,763달러나 낮다. 구입한지 2년 된 차량의 평균 중고차 매매 가격은 3만 2, 583달러로 가격 하락폭은 평균 3,249달러 상대적으로 적었다.

■차량 월 할부 금액 평균 739달러

지속해서 오르는 신규 차량 가격과 높은 이자율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차량 평균 할부 금액은 월 73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717달러보다 약 20달러나 더 높아진 금액이다.

차량 할부 금액으로 월 1,000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차량 보유자도 전체 중 약 18%로 최고치다.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은 깡통 차량 증가, 차량 할부 금액 증가 등이 차량 대출 연체 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2022년과 2023년에 발급된 차량 대출의 연체율이 이전 대출보다 높은 편”이라며 “차량 가격 상승으로 대출액이 늘고 이자율까지 오른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차량 대출 연체율은 7.7%로 조사됐다.

■대출 만기 최대한 줄여야

깡통 차량 보유자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차량 구입에 서두르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당장 차량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쇼핑에 나서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필요해서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을 통해 차량 유지비를 절약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3년에 걸쳐 발품을 판 덕분에 MSRP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고 적정한 가격의 차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과도하게 비싼 워런티를 지불하지 않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원하는 차량을 구입하고 싶지만 돈이 부족한 소비자는 대출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을 택하기 쉽다. 그래야 매달 내는 할부 금액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 비용이 부풀어 총 구매 비용이 커지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최근 차량 대출 만기의 대부분이 67개월~84개월로 장기 대출이다. 대출 만기가 48개월인 경우는 전체 대출 중 6%로 매우 드물다. 대출 만기가 길수록 이자만 느는 것이 아니라 중고차 시세가 대출 잔액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 대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새 차 구입 유혹 떨쳐야

거의 대부분 차량 구매자는 매달 낼 할부 금액에만 초점을 맞추고 차량 구입에 나서는데 이는 최악의 차량 구입 행위다. 차량을 구입할 때는 차량 가격은 물론, 이자, 유지비, 보험료 등을 포함한 총 구입 비용을 고려해야 깡통 차량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차량 구입 초기에 깡통 차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량 실제 가치와 대출 잔액 간 차이를 보상해 주는 ‘갭’(GAP·Guaranteed Asset Protection)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평균 차량 보유 기간은 6.1년이다. 대부분 6년이면 차량 대출을 모두 상환하게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새 차 구입에 대한 유혹이다. 대출 상환에 대한 만족감을 즐기기도 전에 또 차량 대출을 시작하면 비용 부담만 높아진다. 새 채 구입 유혹을 최대한 자제하고 할부금으로 내던 액수를 저축하거나 투자하면 새 차 구입이 필요할 때 대출 액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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