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티모어 교량사고 후폭풍
▶ 미 동부 항만 병목현상 전망
▶자동차·석탄 물류 부담 증가
▶해운비용 상승 불가피할 듯
▶거시경제 영향 제한적 평가
지난 26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앞에서 컨테이너선 ‘달리(Dali)’호가 1.6마일(약 4.2㎞) 길이의 철교와 충돌한 가운데 공급망 혼선 등 경제적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팅롱 다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번 사고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전쟁·가뭄 등의 충격보다는 덜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매우 큰 혼란”이라고 짚었다.
월스트릿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고 이후 볼티모어 항구에서는 선박 운항이 중단됐다. 미 동부 체서피크만에 위치한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으로 지난해 처리한 국제 물동량만 5,200만톤으로 미국 내 9위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달러 상당이다.
물류 업체들은 병목현상에 따른 운송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해운 데이터 분석 업체 제네타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 해안을 잇는 해운 서비스는 이미 파나마운하의 가뭄, 홍해 분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미 비용이 150% 증가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비용과 기간이 늘어날)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향을 받는 분야는 석탄과 자동차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케이플러 등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지난해 약 2,290만톤의 석탄 운송을 처리했다. 미국 석탄 수출 점유율 27%로 버지니아주 노포크항에 이어 2위다.
어니 트래셔 엑스콜에너지앤리소스 최고경영자는 “최대 6주 동안 250만톤의 석탄 운송이 차단될 수 있다”며 “글로벌 석탄 운송의 2% 수준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인도의 석탄 수급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석탄 수입 중 6%가 미국에서 선적되며 그 대부분인 1,200만톤이 볼티모어를 거친다.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미국의 석탄 생산 업체인 콘솔에너지 측은 “현재로서는 선박 접근이나 정상 운항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콘솔에너지의 주가는 6.8% 하락했다.
자동차 무역도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볼티모어항은 지난해 84만7,000대의 자동차 교역을 처리하면서 자동차전용선박(Ro-Ro) 처리량 기준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동부 해안 최대 항구다. 포드와 GM 등은 사고 소식과 함께 운송 경로 재조정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차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 타격은 물론 천문학적 보험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메릴랜드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항구 운영과 관련된 직접 일자리는 약 1만5,300개, 간접 일자리는 14만개에 달한다.
WSJ는 “교량이 붕괴하면서 구조물 손실부터 항구 사업 중단까지 총 수조 원 규모의 보험이 청구될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선박 운영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이 마무리돼 보상을 받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이날 달리호는 볼티모어 항구로 이어지는 퍼탭스코강을 운항하다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서 충돌했으며 해당 사고로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외신 등은 선박 자체의 결함보다 연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리호는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으며 운항 주체는 싱가포르의 시너지마린그룹이다. 덴마크 해운사인 머스크의 화물을 운송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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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흥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