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대두된 이후 기업마다 지속가능성 경영이 최대의 화두다. 폭염, 홍수, 태풍, 한파 등 인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 변화가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하자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미디어 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공적 책무로 삼고 있다.
컨텐츠를 다양하게 유통하는 미디어 산업 중에서 영화 제작은 기후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경로 중 하나이다. 영화 ‘듄: 파트2’에는 사막 행성에서 생활하는 원주민 프레멘의 물 재활용 기술이 등장한다. 프레멘은 몸에서 흘린 땀 한 방울을 모아 재활용하는 옷을 입고 혹독한 기후에 적응한다. 또, 사막의 대기 중 수분을 모으는 장치 ‘윈드 트랩’은 밤 사이 차갑게 유지된 도구에서 새벽에 맺힌 이슬을 모은다.
영화의 원작을 쓴 프랭크 허버트는 오레곤주 사구들을 연구 조사하면서 수집한 자료로 공상과학소설 ‘듄’(1965)을 완성했다. 그는 생태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소설로 SF소설계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환경 인식 핸드북’이라 칭하며 1970년 첫 지구의 날 연설을 했고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새 차를 사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매년 수백만 톤의 탄소를 배출한다. 항공, 의류, 호텔, 반도체 산업의 배출량을 능가하는 막대한 탄소 발자국이다. 영화는 제작 규모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달라지는데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으로 탄소 배출 정도를 측정한다. ‘오펜하이머’ 같은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탄소 발자국은 평균 3,370톤(촬영일당 약 33톤)에 달한다. 이는 656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영화 및 TV 시리즈 제작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제작 차량 및 발전기에 사용되는 연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2021년 미국 프로듀서 조합(PGA)은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발자국이 평균 391~3,370톤으로 연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장려하고 지원한다는 취지로 PGA 산하 녹색위원회가 넷플릭스와 아마존, 소니 등 글로벌 제작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 ‘지속 가능한 제작사 연합’(SPA)과 함께 실시했다.
PGA는 이 조사를 기반으로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클린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 변화가 영화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건강과 안전은 물론이고 오염과 산불, 홍수, 폭풍, 가뭄의 증가로 인해 촬영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겨나 영화 제작의 폐기물 및 탄소 발자국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A 역시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프로덕션의 탄소 발자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여 영화 및 TV 제작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를 클린 재생 에너지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PGA는 사운드 스테이지 등 모든 제작현장 내 디젤 발전기 제거, 제작 차량의 전기화를 활성화하는 EV 충전소 설치, LED조명 등 에너지 효율적이고 저탄소적인 건물 유지, 태양광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장비 임대 재고 업데이트 및 녹색 이니셔티브 지원을 방책으로 내세웠다.
1시간 길이 대본 드라마 에피소드가 LA에서 촬영될 경우 탄소 발자국 41톤을 배출한다. 이에 비해 뉴욕에서는 68톤, 애틀랜타에서는 136톤을 배출한다. 이러한 차이의 상당 부분은 화석 연료가 생산하는 양에 따라 다르다. 영화산업과 기후 위기 특집을 발행한 타임지는 이는 1년 동안 운전하는 휘발유 자동차 9대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자동차 30대로 늘리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3월 마지막 주인데 여전히 겨울이다. 땅이 아닌 하늘에 흐르는 ‘대기의 강’ 규모가 커져서 폭우가 더 빈번해지니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뜨거울지 우려가 앞선다. 이 모두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인류의 책임이니 대기의 온도 상승을 막는 실천적 노력에 관심이 간다. 대기의 온도가 1% 상승하면 수증기의 양은 7% 증가한다고 한다. 건조한 캘리포니아에 비는 필요하지만 1% 온도 상승에 의한 대기의 강은 유익하기보다 유해한 자연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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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